피싱마니아 라운지/리뷰·에세이

낚시터의 새로운 인연, 저수지에서 만난 메기낚시 친구들

초록누리 2024. 5. 11.

혼자서 출조하는 獨釣池에서 가끔씩 새로운 釣友를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가에서 함께 낚시하며 만나게 되는 낚시터의 새로운 인연들이죠.

필자 역시 이러한 인연의 경험이 있어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벌써 10년도 더 지난 옛날 일이 되었군요.

충남권에 농어촌 공사에서 관리하는 깨끗한 어느 계곡형 저수지가 관리형 저수지 유료터로 막 허가를 받은 곳을 발견해서 그곳으로 자주 출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 전이라 분위기도 좋고, 수질도 깨끗하고, 무엇보다 조용했습니다.

계곡지라 경치도 좋고, 토종터라 민물새우와 납자루, 참붕어 등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고, 생태 환경이 좋아 수달도 서식하는 그런 건강한 자연이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물 따라 인연 따라

 

어느 일요일 새벽 일찍 당일치기 출조를 했는데, 막 철수하는 일행과 마주쳤습니다.

친구로 보이는 두 사람이었는데 살림망에 붕어는 없고, 메기들이 가득했습니다.

 

신기해서 쳐다보니까 그중 한 사람이..

"살림망 있으세요? 메기 좀 드릴까요?"

 

생각지 못한 호의에 조금 당황애서 사양했는데, 다른 친구가 말하길,,

"여기 물 깨끗하고, 메기도 튼실해서 가져다 매운탕 끓이면 맛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뒤로 그곳으로 출조할 때마다 그 친구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습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관리형 저수지 유료터라서, 한 번은 새로 설치된 잔교에서 밤낚시 하는데 저와 그 친구들만 있었습니다.(유료터에서 이때만큼 한적하고 고즈넉하고 재미있게 낚시해 본 기억이 없네요)

 

그 친구들이 라면도 끓여주고, 미끼도 나눠주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찌맛·손맛·몸맛 다 봐가며 물고기도 많이 낚으며 정말 너무도 재미있는 인생 낚시를 했습니다.

 

그 뒤로도 딱히 서로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밤낚시 출조할 때마다 거의 만나게 되어 함께 낚시를 했고, 나중에는 형·아우 하며 연락처도 주고받는 사이가 됐습니다.

졸지에 낚시를 함께 하는 동생 둘이 생긴 건데, 그야말로 물 따라 생긴 인연인 셈이었죠.

 

산들-낚시터-연안-풍경
저수지 연안 풍경

 

메기 잡는 미끼 비결, 청지렁이?

 

함께 밤낚시를 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 친구들이 워낙 메기만 골라서 잘 잡는 그 비결이었습니다.

 

물론 금방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그들이 메기를 잡기 위해서 사용하는 미끼는 바로..

청지렁이였습니다.

 

다음은 그 친구들이 얘기해 준 메기낚시와 청지렁이에 대한 부분입니다.

 

  • 메기는 야행성이라 밤낚시 해야 한다.
  • 미끼는 참붕어, 민물새우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청지렁이'이다.
  • 청지렁이는 장어낚시에서도 많이 쓰인다.
  • 청지렁이 파는 데가 별로 없고, 좀 비싸서 여기서는 잘라서 쓴다. 그래도 잘 낚인다.
  • 지렁이를 잘 사용하는 사람도 점액질이나 체액이 좀 역하게 느껴져서 청지렁이 꿰는 건 주저하게 되니까 '가위형 바늘빼기'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 단점은 자라도 청지렁이 특유의 냄새 때문에 환장하게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메기낚시 효과 만점이다.

 

그러면서 종이컵에 청지렁이를 잘라서 쓰라고 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일반 지렁이와 달리, 좀 역하게 보이더군요. 

어쨌든 청지렁이 미끼를 사용하니까 정말 팔뚝만 한 메기가 쭉 빨고 들어가는 입질을 해서 낚아 올렸습니다.

 

그 후로도 그렇게 그들과 함께 우리들만의(?) 낚시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수지-바닥에서-유영하고-있는-토종메기
토종메기

 

이제는 달라진 추억 속의 낚시터

 

하지만 모든 건 한결같을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게 되어있고, 만남의 인연 또한 헤어짐의 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죠.

 

조용하고 깨끗했던 그곳도 이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낚시방송에서 소개된 이후에는 가히 폭발적일 만큼 낚시꾼들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찾는 이들도 많아져서 밤낚시 조황도 예전 같지 않았고, 수질도 점점 나빠져 갔으며, 간혹 매너 없는 사람들이나 밤새 떠드는 일행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리소 사장님과 갈등도 잦아졌습니다.

그 친구들이 고기를 너무 많이 잡는 것이나, 잡은 고기를 다른 이에게 나눠 주는 것, 잔교가 아닌 밖에서 라면 끓이는 취사까지.. 모든 게 사장님 눈에 탐탁지 않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다른 문제 가지고도 괜히 와서 지적을 하거나 오해를 하여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들이 그 낚시터를 찾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고, 저 역시 그동안 너무 좋았던 기억의 장소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 그곳을 찾는 횟수는 줄어들었고, 대신 다른 곳에서 만나 몇 번 함께 출조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때와 같은 그런 분위기는 다시 만끽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친구들이 회사 일로 동남아로 장기 근무를 발령받는 바람에 그 뒤로는 이제 연락도 점차 끊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流水 같이 흐르고..

얼마 전 추억 속의 그 저수지 근처를 방문해야 할 일이 있어 짬을 내어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저수지는 그곳에 그대로 있었지만, 이제는 그때 그 당시 기억 속 분위기와는 많이 달라진 풍경이었습니다.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과 인연은 이제 몽환적인 꿈을 꾼 것처럼 깊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뿐입니다.

 

참고로 그 저수지는 바로..

아산에 있는 수철리지 저수지, '산들 낚시터'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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