釣士와 弓手, 낚싯대와 활 (낚시꾼 장비 에세이)

붕어낚시를 하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낚시꾼에게 있어서 낚싯대, 원줄, 찌, 그리고 채비는 어떤 의미가 았을까?'

다소 엉뚱하지만, '낚시꾼의 이런 장비들이 만약 다른 케이스라면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입니다.

 

선사 시대부터 있었던 낚시, 낚시 도구는 전투 장비?

 

오래전부터 동양에서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간이 신선(神仙)이 되는 길에는 네 가지가 있다"

 

• 첫째는 학문을 닦아 철인(哲人)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고,
• 둘째는 道와 禪을 수양해서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고,
• 셋째는 바둑의 명인(棋聖), 혹은 무예의 초절정 고수(高手)가 되는 것이며,
• 넷째는 바로 곧은 바늘과 빈 바늘로 고기를 낚는 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그리고 龍이 되는 신령한 영물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동물이 있다"

 

• 구렁이
• 잉어
• 푸른 장어 (파란색 미꾸라지 설화도 있음)
• 거북이는 현무가 되고, 공작은 주작이 됨, 호랑이는 산신령 수행하든가 山君으로 오래 지나면 神獸인 백호가 됨

 

一例로 등용문(登龍門)의 故事에서 거친 물살을 뚫고 올라가 용이 되는 잉어가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연유입니다.

 

낚시의 시작은 선사 시대인 석기시대부터 존재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발달된 낚시 도구나 형태는 아니었겠지만, 도구를 사용해서 물고기를 잡았던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자연과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투였던 것이며, 지금으로 치면 먹고살기 위한  생업인 셈이죠.

 

뿐만 아니라 낚시와 물고기에 대한 설화는 오래전부터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때로는 상상력을 자극해 왔으며, 

도구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신석기시대부터 낚시는 사냥과 더불어 지금까지 남자들의 생존 유전자 속에 깊이 간직되어 온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낚시는 생업이 아니라 발달된 장비를 이용하여 자연에서 즐기는 하나의 레저 장르로 자리 잡고 있지만,

낚시가 유독 男心을 자극하는 취미로 이어져 온 까닭에는 의외로 이처럼 유구한 역사적, 유전적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과거 낚시가 레저가 아닌 생업이었을 때는,,

낚시 장비는 아마도 전장에서 쓰이는 전투 장비와 그 가치가 크게 다를 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낚시꾼인 조사가 보유한 낚시 장비를 전투 장비로 비유한다면,,

아마도 곧 전장의 무사, 그중에서도 장비의 유사성 측면에서 볼 때,  마치 궁수의 그것과 같았을 것입니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한 장면

 

낚싯대와 활 

 

그래서 재미 삼아  붕어 낚시 장비들을 다음과 같이 비유해 보았습니다.

 

• 낚싯대 : 활
• 원줄 : 활시위
• 찌 : 화살
• 봉돌과 바늘 : 화살촉(이음새와 끝부분, 즉 은오절과 촉)

 

그러면 결국 캐스팅 동작은 활시위를 당겼다가 놓는 것에 비유되겠군요.

탄성을 이용해 각각 채비와 화살을 날리는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이런 상상을 처음 하게 된 동기는,,

▶ 찌의 자중 대비 고부력 찌와 저부력 찌를 각각 사용할 때의 캐스팅 차이점에 대해 생각하다가,,

▶ 문득 활시위를 당겼을 때 화살촉의 무게에 따라 시위를 당기는 폭이 달라진다는 영화 '최종병기 활'의 한 장면이 떠오르면서부터였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른바 '육량시(六兩矢)'라는 상당히 큰 화살촉이 등장하는데,,

낚시채비에 비유하면 '육량시'는 일종의 고부력 봉돌 채비인 셈이죠.

그러고 보면 챔질로 인한 훅킹은 명중에 비유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처럼 장비의 유사성과 동작의 연결이 서로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한 번 들고 나니까 그 뒤로도 낚시를 하면서 마음속으로 계속 이런 비유를 하게 되더군요.

채비 투척 캐스팅이 꼭 활시위를 당겨 쏘는 듯한 그럴듯한 상상..

 

물론 이런 생각은 주로 입질이 통 없을 때,

무의미하게 미끼만 갈아주며 고기 밥만 주는 캐스팅을 하는 상황이 못내 뻘쭘하게 느껴질 때 주로 하는 나만의 상상입니다.

 

찌가 계~속 말뚝이어서 물멍만 하다 보면 사람이 좀 이상해지잖아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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