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나라 초록여울/토종붕어·붕어낚시

추억의 붕어찜 레시피, 붕어 요리의 효능 (보리밥 토종붕어 낚시)

초록누리 2023. 7. 9.

혹시 붕어찜(붕어 조림) 드셔본 적 있나요?

붕어는 잔가시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억센 편이고, 기름기가 많지 않아 매운탕으로 끓여 먹는 것보다는 찜으로 조리해 먹는 것이 훨씬 맛있습니다.

필자 역시 붕어찜과 보리밥에 얽힌 추억이 있어서 오늘은 토종붕어와 붕어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붕어찜을 지역에 따라 붕어조림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보리밥 토종붕어 낚시와 붕어찜의 추억

 

어린 시절 시골집 뒷동산에 작은 방죽이 하나 있었습니다.

노을이 지기 전 늦은 오후에 꽂기식 대나무 낚싯대 한 대랑 미끼로 쓸 보리밥 한 주먹을 들고 이곳에서 종종 낚시를 했었죠.

 

바늘에 보리밥알 한 두 알씩 끼워서 던져놓으면, 금방 아주 시원스러운 입질이 왔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순진한 토종붕어들이 보리밥알 미끼도 아주 잘 물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가마솥 저녁밥 짓기 전까지 붕어 몇 마리를 잡아 돌아와 샘가에서 감나무 잎을 깔고 붕어를 대충 손질하면(애들도 손질 잘합니다), 외숙모가 비늘을 벗기고 칼집을 내고, 무를 깔고 무청시래기와 양념장을 넣고 얼큰 짭조름한 붕어찜을 만들어 주셨죠.

 

마루 대청에서 식구들이 함께 붕어찜을 반찬으로 보리밥과 열무김치로 맛있고 행복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보리밥은 붕어낚시 미끼이기도 했고,

된장찌개나 붕어찜을 먹을 때는 쌀밥보다 보리밥이 훨씬 맛있다는 것도 이때부터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그 당시 뒷동산의 방죽은 크진 않았지만, 산속 소류지라 깨끗했고 경치도 좋았고,

월척급은 드물었지만, 8~9치 급은 수두룩했는데 붕어들이 한결같이 깨끗하고 정말 예뻤습니다.

 

  • 메기, 빠가사리 그리고 잡고기에 민물새우를 넣은 것이 매운탕 감으로 제격이고,
  • 잡고기(피라미, 참마자, 모래무지, 갈겨니 등)는 또한 소면을 넣고 끓인 어죽으로도 많이 먹었으며,
  • 뼈가 억센 붕어는 찜으로,
  • 가을 미꾸라지는 탕(추어탕)으로 끓여 먹는 것이 제격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붕어 조림은 고사하고, 우리의 자연산 토종붕어 개체수가 갈수록 감소하여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붕어찜을-함께-먹으며-행복한-결말을-맺는-가족의-이야기-영화-허삼관의-한-장면
붕어찜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갖는 가족의 해피엔딩. 영화 허삼관의 한 장면

 

예로부터 전래된 붕어 요리의 효능과 영화 속 붕어찜

 

붕어찜은 원기회복에 좋은 보양식으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전통음식이었습니다.

 

☞ '규합총서(閨合叢書)', '음식디미방', '수문사설(諛聞事說)', '주방문(酒方文)', '규곤요람(閨壼要覽)',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시의전서(是議全書)' 등의 문헌에 붕어 조리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붕어의 효능에 대해서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붕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라고 하였으며,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오행설에 따라 모든 물고기는 다 화(火)에 속하지만, 오직 붕어만은 토(土)에 속하므로 위기(胃氣)를 고르게 하고 장위(腸胃)를 든든하게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 붕어는 지방이 적고 양질의 단백질로 구성되어 소화가 잘 되며,
  • 메티오닌, 시스틴이 풍부하여 피로 해소와 간기능개선에 좋고,
  • DHA와 EPA의 함량이 높아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뇌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영화에서도 붕어찜이 자주 등장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허삼관'이라는 영화인데, 하정우 배우의 감독 데뷔 처녀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허삼관 매혈기'라는 중국의 원작 소설을 6.25 전쟁 직후 한국을 배경으로 새롭게 각색한 영화로 하정우(감독 겸 배우), 하지원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 하지원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붕어찜이었죠.

하정우가 하지원을 아내로 삼기 위해 붕어찜을 사주는 장면이 발단이라면,

모든 역경을 겪어내고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붕어찜을 먹는 모습이 바로 해피엔딩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스토리 배경과 주제는 붕어가 아닙니다만,

그 당시 먹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 우리에게 붕어는 매우 친숙하고도 유용한 먹거리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 붕어를 사랑하는 필자에게는 꽤나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한때 붕어찜 요리는 고창, 완주, 남한강변 분원리 마을 등지에서 유명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요가 많이 줄어 이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을 찾기가 예전만큼 쉽지는 않지만, 여전히 붕어 조림을 찾는 이들이 있어 삼삼오오 붕어찜 요리를 하는 곳을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붕어찜-요리-이미지
붕어찜

 

붕어찜 요리 방법 레시피

 

지역마다 기호마다 요리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음과 같이 간단히 붕어 손질 및 붕어찜 레시피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큰 붕어 두 마리 기준입니다.

 

  • 재료가 되는 붕어는 깨끗한 물에서 잡은 우리의 토종붕어여야 합니다. (떡붕어 NO, 국내산 교잡종인 향붕어도 부적합)
  • 참고로 참붕어는 토종붕어가 아니라 방언으로 '논피래미'라고도 불리는 아주 작은 물고기입니다. ('참붕어찜'이라고 하는 것은 틀린 표현입니다)
  • 붕어는 핏물, 내장, 비늘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은 뒤 칼집을 내어 줍니다.
  • 붕어 외에 시래기, 무, 감자, 빨간 고추, 풋고추(청양고추), 된장, 대파, 소금, 청주, 양념장을 준비합니다.
  • 붕어는 소금과 청주를 뿌려 둡니다.
  • 삶은 시래기는 물기를 제거하고 된장으로 무칩니다.
  • 무와 감자는 납작하게 썰고, 빨간 고추와 풋고추(청양고추)는 어슷썰기 해서 준비합니다.
  • 전골냄비 바닥에 무를 깔고 그 위에 양념된 시래기와 감자를 얹고 붕어를 얹습니다.
  • 양념장을 붓고 쌀뜨물을 자작하게 넣은 후 끓입니다.
  • 끓을 때 소주를 약간 넣어 줍니다. (뚜껑을 닫지 않고 조리하는 게 비린내를 없애는 방법입니다)
  • 거의 익어갈 때 대파, 고추를 넣고 한 소금 더 끓입니다.
  • 양념장 :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2큰술, 된장 조금, 다진 마늘 2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간장 1.5큰술, 들기름 1큰술, 후추 약간
  • 뼈가 분리될 정도면 다 익은 겁니다.  춉춉춉~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이번 여름철 주말에는 바람도 쐴 겸, 한 번쯤 붕어찜 맛집을 검색해서 다녀오는 것도 즐겁고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p.s..

붕어즙으로 약을 내려 보약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이것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붕어 자체는 유익하지만, 진액 재료로 쓰일 붕어의 상태, 서식지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들어가는 약재의 성질 및 상태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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