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나라 초록여울/토종붕어·붕어낚시

옛날 민물낚시, 어떤 찌와 장비를 사용했을까? 대상어는?

초록누리 2023. 8. 14.

낚시의 역사는 신석기시대부터 이어져 온 아주 오래된 생존 기술입니다.

이미 농경 사회가 시작되기 이전인 석기시대부터 사냥과 천렵의 한 형태로 유지되어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석기시대의 돌 낚시 바늘 유물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굳이 선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조선 시대에는 어떻게 민물낚시를 했었는지 궁금해집니다.

 

풍속화에 낚시를 소재로 한 그림이 매우 많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당시에도 낚시는 꽤 일반적인 현상이었으며,

생존을 위해 천렵을 해야만 하는 서민이 뿐만 아니라 양반 사회에서도 취미로 낚시를 즐긴 것으로 추정되는 문헌 속 문장들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때부터 이미 취미나 레저 활동으로서의 낚시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부들은 진작에 그물을 사용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문득 '옛날에는 어떤 방식으로, 무슨 장비를 가지고 어떤 물고기를 대상으로 낚시를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찌를 사용해야만 할 수 있는 붕어낚시를 당시에는 어떤 방식으로, 어떤 찌 소재를 사용해서 낚시를 했는지가 특히 궁금합니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전통 낚시는 '견지낚시'이다?

 

일단 우리는 당대의 낚시 형태를 지금과 같은 대낚시로 한정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견지'라는 전통의 낚시 도구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연을 날릴 때 실을 감아 사용하는 얼레처럼 생긴 낚시 도구입니다.

 

지금도 소수이긴 하지만 계류나 강가에서 견지를 이용한 낚시가 여전히 행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호회도 있어요.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견지로도 잉어를 낚을 수 있습니다.

잉어를 낚으려면 저수지나 호수보다는 여울, 강 상류 등의 하천일 때 잉어를 낚기가 유리해집니다.

 

견지를-이용하여-물고기를-낚는-옛날-전통-낚시-모형
전통 견지 낚시 모형

 

물론 견지는 찌가 필요 없습니다.

줄당김 감촉이나 끝보기처럼 얼레가 휘는 것을 보고 챔질을 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인 70~80년대까지만 해도 겨울 얼음낚시는 대부분 견지를 사용한 구멍치기 낚시였습니다.

 

수수깡, 갈대, 피(논의 잡초), 감나무 이파리 등.. 다양한 천연 찌 소재

 

사실 지금이야 워낙 장비가 발달했고, 붕어낚시의 묘미를 즐기기 위해 찌와 채비도 끊임없이 발전했지만,,

조선시대 당시 대낚시에서는 지금과 같은 찌올림의 메카니즘을 구현할만한 장비가 존재하지 않았을 테지만, 한 편으로는 굳이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니었더라도 다음과 같은 요인으로 충분히 붕어낚시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 낚싯대는 버드나무, 대나무 등으로 만들어 쓸 수 있었다.
  • 이미 바느질, 자수 등이 발달했기 때문에 힘줄, 무명실 합사 등으로 낚싯줄 만들거나 이미 다양한 형태의 바늘을 만드는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낚싯바늘을 만드는 것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 철이나 돌로 필요한 추를 만드는 것 역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 깃털, 수수깡, 갈대, 부들, 논피, 부평초, 다듬은 잔가지에 붙은 이파리 등의 천연 소재로 찌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었다.
  • 지금의 떡밥과 같은 가공 미끼는 없었지만, 깻묵, 콩가루, 밥풀, 겉보리밥, 지렁이, 구더기, 민물새우, 깨벌레 같은 각종 애벌레, 논피라미 같은 작은 물고기 등.. 미끼는 사방천지에 널려 있었다.
  • 당시에는 오염도 없고, 배스, 블루길 같이 토종 생태계를 교란하는 유해 외래어종도 없었기 때문에 어족 자원이 매우 풍부했다.
  • 당시 담수어 물고기들은 지금에 비하면 정말 투박하고 순진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먹이가 있으면 그냥 물어주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옛날 고전 영화나 무협 영화를 보다 보면 나뭇잎을 찌 대신 사용하여 낚시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원시인 먹방'이라는 '준아tv'라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나뭇가지 낚싯대에 콜라캔을 찌로 사용하여 민물낚시를 하거나 파리채를 이용해 원투낚시여 낚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유형들을 미루어 추측건데 당시에는 아마도 대충 수심을 잰 뒤 그 위치에 천연 찌 소재를 고정하여 찌낚시를 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다양한 대상어와 찌 없는 낚시, 그 당시 낚시의 의미란?

 

옛날에는 애초부터 찌낚시가 필요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붕어낚시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냥 끝보기 낚시로 민물낚시를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찌 없이 하는 끝보기 낚시가 유효한데, 어족 자원이 매우 풍부하고, 물고기들이 너무 순진했던 당시에는 더할 나위 없었겠죠.

 

조선-중기-낚시-풍속화-류하조어도-이미지
조선 중기 화가 李慶胤의 柳下釣魚圖. 고려대박물관

 

 

계류에서 흘리는 낚시를 하든, 바닥으로 드리워서 하는 낚시든, 견지낚시 역시 끝보기 낚시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예전 한때 유행했던 방울낚시나 요즘에 많이 하는 장어, 민물 원투낚시 역시 사실은 끝보기 낚시를 기반으로 한 것 들이죠.

왜냐하면 찌올림을 보고 챔질 타이밍에 맞춰 챔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물고기가 미끼를 확실하게 취이한 다음, 방울 소리나 케미 불빛, 혹은 초릿대 휨새 동작 등을 보고 챔질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치 루어나 바다낚시처럼 감촉에 의지하는 낚시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시의 물고기들은 여러 가지 여건과 환경으로 보아 지금보다 덜 예민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입질 또한 시원스러워 낚시꾼은 전달되는 감각만으로도 물고기를 낚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의 민물낚시는 지금처럼 붕어낚시를 주류로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붕어, 잉어, 가물치, 메기 같은 대물낚시는 물론,,

갈겨니, 피라미, 퉁가리, 동자개, 모래무지, 꺾지 등을 위주로 하는 소물낚시도 모두 성행했을 것입니다.

 

옛날 그 당시 어부라는 직업은 주로 바닷가 연안 어촌의 주민들로서 그물과 작살 등으로 바다 물고기를 잡아 생활을 하고, 또한 왕에게 바칠 진상품을 마련하느라 고혈을 짜내며 생존했을 것입니다.

내륙의 대부분은 농촌이었기 때문에 담수 특산물로 연명하는 소수가 아니면 민물에서의 전업 천렵 어부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으며, 일반 농민 백성들이 낚시를 하는 행위는 그저 부식을 마련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대물낚시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고, 어종을 가려 낚시를 하지도 않았을 개연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작은 물고기들이 오히려 탕이나 조림, 또는 어죽을 끓여먹기 좋기 때문에 마릿수 소물낚시가 오히려 식용으로써의 활용도가 더 높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방증하듯 조선 시대 동양화 풍속도에는 찌가 없는 대낚시 장면이 정말 많이 전해집니다.

주나라 개국 공신이었던 '장자아(강태공)'는 황하에서 빈바늘을 수면 위에 드리워, 튀어올라 먹이를 물고 흔들며 사냥하는 습성을 지닌 대형 담수어를 곧은 바늘로 낚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처럼 오랜 옛날, 비록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열악한 장비였지만, 그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 서식했던 풍성한 어족 자원들의 투박한 순진함은,,

  • 낚시가 백성들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생존 수단의 생업에서부터
  • 立神의 경지를 수양하는 고상한 취미로써 양반 사회에서도 널리 성행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연과 더불어 잠시의 여유와 일탈을 만끽하고자 낚시터를 찾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있어 낚시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아직까지는 무더운 폭염이 계속 되고 있지만, '절기는 못 속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머지않아 곧 가을이 찾아올 것이며, 새로운 계절과 새물 맞이로 기운을 차린 붕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왕성한 먹이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동안 살인적인 폭염에 출조를 미뤘던 꾼들의 대규모 출조 러시가 예상됩니다.

아무쪼록 우리의 소중한 토종 생태 환경을 생각하여 자연을 보호하면서 의미있고 어복 충만한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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