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벌써 약 20여 년 전의 일입니다.
하나의 또 다른 추억이라면 추억인데..
그 당시 저는 포천에 있는 맑은 계곡형 저수지인 깊이울 저수지로 몇 번 출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해당 저수지는 금어 조치가 막 해제된 상태라 거의 자연지나 다름없었죠.
저수지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주로 오리구이를 파는 마을 식당들이 많이 있었지만, 정작 저수지에는 유료터 관리소는 아직 없었고, 작은 매점 하나만 있는 그런 계곡형 저수지였습니다.
산에서 흐르는 계곡을 막아 조성한 저수지라 수질이 1 급수였고, 수심도 어마무시하게 깊었기 때문에, 당시 외래어종은 없었지만, 터가 엄청나게 센 그런 저수였습니다.
붕어보다는 잉어, 동사리, 동자게, 민물 새우, 납자루, 피라미 등.. 토종 민물 어종들의 천국과도 같은 곳이고,
둑방에서 내려다보면,,
물이 워낙 맑아 멀리서 수면 바로 아래 미터급 잉어들이 유유히 유영하는 모습이 다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깊이울 저수지는 조과보다는 그냥 깨끗한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힐링처였다고 보는 게 좋을 것입니다.
당시 필자를 제외하고 그곳으로 낚시하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다시 그곳을 찾아 낚시를 했는데 역시나 터가 워낙 센 탓에 입질은 거의 볼 수가 없었습니다.
채비가 내려가는 것이 훤히 보일 정도로 너무도 맑은 물색이니 붕어낚시가 될 리 없죠.
온갖 잡어들만이 찌를 가지고 놀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저 멀리 유속이 있는 상류 계곡물 새물 유입구 아래쪽에서 어르신 몇 분이 와서 새우망(어항)을 던져놓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상류 계곡물 새물 유입구 쪽에는 큰 멸치 같은 암컷 피라미들과 울긋불긋 온갖 화려한 혼인색을 띤 수컷 피라미 불거지들이 녀석들만의 유토피아인양 아름답고 왕성한 생명 활동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필자가 낚시하는 수심이 좀 있는 곳은 참붕어와 납자루 떼의 천국이었고,
지렁이 미끼를 달면 동자개(빠가사리)와 동사리(구구리)가 수시로 찾아오는 그런 전형적인 깨끗한 계곡형 토종터 저수지였던 것입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그분들이 멀찍이서 저를 부르며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가갔더니 어르신들이 숟가락을 건네며, 작은 가마솥 같은 데다 피라미와 참붕어로 끓인 라면 어죽을 함께 먹자고 권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어차피 낚시도 안 되고, 어린 시절 시골에서 먹었던 추억이 있는 민물 어죽이라 염치불고하고 합석을 했죠.
'오~!' 정말 역시 맛이 너무 좋았습니다.
물고기가 다 풀어질 정도로 푹 끓인 것은 아니라서 씹는 맛이 있었는데 이게 더 별미였습니다,
현지 어르신들과 함께 소주까지 곁들여 가며 그렇게 맛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을 현지 주민들이신지라, 깊이울 저수지가 터가 세다는 것을 알고 계셨는지 차라리 방울낚시로 잉어 잡이를 하라든지, 겨울에 견지낚시로 얼음 구멍 치기를 하면 좋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을 해주셨습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얼큰한 라면 국수 어죽..
생각지도 못한 호의와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사람 사는 분위기에 따뜻한 힐링의 추억이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저수지를 다시 찾았는데..
저수지의 물이 대부분 다 빠져 있고, 상류 쪽 계곡도 거의 말랐으며, 바닥에 겨우 남아있는 물의 수질도 더러워졌습니다.
게다가 저수지 근처에 현대식 카페들도 들어서고, 진입로 근처에는 음식점들이 늘어나 주말 향락객들만 가득했습니다.
더 이상 그때의 추억들을 간직한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기억에 담아두었던 풍경들이 날이 갈수록 하나씩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2008년인가, 2009년인가 확실하진 않은데,,
아산에 있는 산들 저수지로 출조를 갔다가 저수지 연안에서 촬영 중인 FTV 낚시방송 제작팀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촬영을 미루고 쉬면서 낚시를 하고 있는 한 필드 스탭과 얘기를 나누면서 우연히 깊이울 저수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분 역시 그곳을 알고 있었고, 저와 비슷한 과거의 풍경을 알고 있더군요.
그분이 바로 전광선 씨와 함께 당시 FTV 낚시방송 채널을 운영하며 낚시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셨던 故 이갑철 프로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것은 변해가지만, 언제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했던 장소들은 여전히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곳이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곳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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