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리를 이용한 미끼와 밑밥에 대해 관심을 갖는 꾼들이 많은 것 같다.
미끼로서 뿐만 아니라 겉보리와 황토를 혼합하여 새우를 유인해 붕어를 자극하거나 새우미끼를 직접 활용하는 방법도 꽤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겉보리를 이용한 붕어낚시는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까?
오늘은 이와 관련한 단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겉보리 미끼 붕어낚시
엿기름을 만드는 겉보리를 미끼로 사용한 붕어낚시는 오래전에 남부 지방에서부터 시작하여 폭넓게 성행했었다.
삶은 겉보리를 바늘에 여러 개 끼워서 던져놓으면 잡식성인 신토불이 토종붕어들이 우리 곡물 미끼를 잘 먹고 나와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의 토종붕어들은 지금보다 순진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겉보리, 깻묵, 콩가루 등의 곡물 미끼나 지렁이, 민물새우, 구더기, 번데기 등과 같은 생미끼를 모두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찌도 시원시원하게 잘 올려주었고, 당찬 손맛까지 선사해 주었다.
당시 떡밥낚시 미끼는 천연 곡물이 많이 함유되어 지금의 가공 떡밥 미끼에 비하면 투박하고 거칠고 단순했다.
그 뒤로 어분이 나오고, 연이어 글루텐이 유행하고, 떡밥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으며, 식용색소와 각종 첨가물들이 많이 첨가되어 깻묵, 콩가루, 강냉이가루, 밀가루, 미숫가루, 번데기가루 등의 천연 재료를 주원료로 했던 예전의 떡밥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여기에 배스·블루길 같은 유해 외래 어종, 떡붕어, 수입 붕어, 그리고 교잡종이 유입되어 급속도로 확산된 것과,
기후, 환경의 변화 및 가마우지 같은 계절성 조류의 토착화,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붉은귀거북, 미국가재, 늑대·악어거북 등..
각종 생태교란종들의 확산의 요인으로 토종붕어들의 개체는 급격히 감소하고, 생태 습성까지 변화하였다.
그 결과 낚시꾼의 입장에서 볼 때,,
붕어의 입질 패턴이 매우 불안하고 까다로워져 시원한 찌올림을 보는 것이 드물어졌고, 토종붕어를 만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예민하고 까칠해진 붕어들의 주둥이를 열기 위해 각종 채비법과 미끼 운용이 매우 다양해졌기 때문에 예전에 사용하던 전통적인 미끼는 이제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도 겉보리만큼은 여전히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회자되고 있는데, 미끼로서 뿐만 아니라 주로 밑밥용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것 같다.
일단 겉보리를 미끼로 사용하는 경우,,
자연 노지 토종터가 아니면 조과를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유료터는 떡밥 경연장이라 쉽지 않다.
토종터여도 갈수기와 오름 수위의 경계가 확실하여 육초대가 수시로 잠겨 풀씨와 같은 먹잇감이 많이 유입되는 저수지나 소류지 붕어들에게 겉보리 미끼가 비교적 잘 듣는 편이다.
필자의 경우 오랜만에 자연지 출조했을 때 옥수수와 삶은 겉보리를 2~3알씩 여러 개 달아 미끼로 사용한 적이 있었다.
겉보리로는 월척급 이상의 대물을 낚지는 못했지만, 준척급이나 씨알이 작은 붕애들은 많이 낚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겉보리가 대물용 미끼로 적합한지는 확신할 수는 없어도, 오히려 작은 바늘에 겉보리를 한 두 알씩 끼워 운용한다면 소물낚시용 미끼로는 그런대로 적합한 것 같다.
겉보리 황토 밑밥과 새우낚시
겉보리를 미끼로 사용하지 않고 밑밥으로 운용하는 것은 나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탁월한 집어 효과에 의한 조과를 보장할 수는 없지만, 생옥수수도 밑밥을 사용하는데 겉보리라고 안 될 까닭이 없다.
더구나 옥수수와 겉보리는 친환경 미끼이기 때문에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다.
일각에서는 겉보리 밑밥을 운용하는 이유는 바로 새우미끼낚시를 위한 전초전이라고도 한다.
붕어의 애피타이저이거나 아니면 토종붕어들이 좋아하는 새우를 유인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문제는 한 술 더 떠서 새우를 유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겉보리에 황토를 섞어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다는 것을 거의 정설처럼 퍼뜨리는 사람도 있다.
황토는 각종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어 각종 미생물과 수서곤충, 즉 플랑크톤이나 새우와 같은 베이트크리처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붕어들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근거없는 얘기다)
실로 오묘한 원리가 경험으로 구전되어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필자는 황토까지 가져다 뿌릴 생각은 전혀 없다.
일각에서는 겉보리 밑밥 효과를 보려면 하루 이틀 전에 뿌려놓은 이후에 낚시를 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 여유가 많은 꾼들은 별로 없을 것이므로 이처럼 미리 뿌려둘 바엔 그냥 사용을 안 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그리고 이것이 정작 낚시를 할 때 남아있으리라는 보장도, 딱 맞는 타이밍을 확인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토종터 대물낚시를 하면서 이와 같은 적극적인 집어는 큰 의미가 없다.
자연지는 양어장과 달리 붕어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지해야 한다.
물론 집어를 아예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며칠 전에 미리 뿌려둘 바엔 그냥 낚시 당일 시작과 함께 겉보리나 옥수수를 조금만 뿌리고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겉보리에 황토를 섞어 새우를 유인하여, 모여든 새우들로 붕어를 유혹해 낚아내기 위함이라는 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럴 거면 그냥 새우를 채집하여 새우낚시를 하면 된다.
'현지인들이 어떻게 했다더라', '이랬더니 ~카더라' 등등이 정말 너무 많다.
하지만 옥수수나 메주콩이 잘 듣는 토종터라면, 겉보리만큼은 여전히 함께 운용할만하다고 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필자도 갑자기 다시 옥수수와 겉보리 미끼로 붕어낚시 출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막~ 들고 있다.
그러고 보니 몇 회차인지 기억이 나진 않는데, 낚시방송 채널 '이창수의 붕어이야기'에서 진행자인 이창수 프로가 옛날 자신의 고향 소류지 둠벙을 찾아 추억의 겉보리 낚시를 하는 장면이 방영된 적도 있다.
어린 시절을 기억과 추억을 벗 삼아 바늘에 겉보리 여러 알을 꿰어하는 토종붕어 낚시..
대물을 낚진 못했으나 쏠쏠한 조과를 보여주어 우리 토종붕어들의 신토불이 식성을 입증해 준 회차였다.
만약..
메주콩이나 옥수수가 잘 듣는 토종터나,
유료터라고 하더라도 자연지에 가까운 관리형 저수지 토종터에서 1박 2일 밤낚시를 하고자 한다면,,
대 편성마다 각각 메주콩, 옥수수, 겉보리, 건탄, 민물새우 미끼를 이용한 대물낚시를 시도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겉보리는 입질용 미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집어용 밑밥으로도 적당히만 뿌려두고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마무리 요약
- 토종붕어는 겉보리를 확실하게 먹는다
- 피라미, 참붕어 등.. 잡어들도 삼킬 수 있는 녀석들은 먹는다.
- 토종터, 메주콩이나 옥수수가 잘 듣는 곳이 아니면 장담할 수 없다.
- 시기적으로는 비교적 활성도가 높아진 늦은 봄 ~ 가을 초입까지가 상대적으로 유효하다.
- 집어도 가능하다. (옥수수알로도 집어가 가능하니까)
- 겉보리에 황토를 섞는다고 새우들이 막 달려드는 건 아니다. (황토의 새우 유인 효과는 없다)
- 황토, 닭사료, 짜개, 생깻묵 등.. 이런 거 마구 뿌리는 거 효과도 없고, 과도한 밑밥질은 아주 이기적인 행동이자, 수질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는 행위이다.
◎ 최근에는 진상인 블루길들이 글루텐은 물론 옥수수까지 뜯어먹고 나온다. 이런 상황 때문에 블루길을 걸러내는 미끼로서 건탄과 함께 겉보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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