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경우를 두고 흔히 비유되는 것 중에 '새(닭) 대가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와 거의 쌍벽을 이루며 회자되는 것이 바로 '붕어 기억력'입니다.
방금 낚이고도 또 와서 미끼를 문다고 해서 생긴 말입니다.
하지만 낚시꾼들의 입장에서 붕어가 정말 멍청한지, 아니면 의외로 영리한 것인지 정말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낚시꾼이 꼭 안 지켜보고 한눈팔 때만 기가 막히게 입질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혹시 붕어는 알려진 것과는 정반대로 아주 영악하고 똑똑한 게 아닐까요?
기억력이 3초? 붕어를 멍청하다고 하는 이유
예전엔 조금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어른들이 새대가리, 닭대가리, 혹은 '붕탱이'라고 놀리곤 했습니다.
붕탱이라는 말은 붕어를 말하는 것인데, 아마도 붕어가 낚싯바늘에 걸렸다가 풀려나도 또 와서 미끼를 물기 때문에 "기억력이 3초라 멍청하다"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붕어의 기억력이 정말 3초인지 측정해 본 근거는 없지만, 붕어낚시를 하다 보면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붕어가 이처럼 정말 극도로 멍청한 걸까요?
물론 어류인 붕어의 기억력이 좋으리란 기대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바보는 아닙니다.
한 번 낚였다가 놓인 붕어가 일정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금방 다시 와서 미끼를 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놓아준 근처에서 붕어가 곧바로 다시 와서 입질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를 본 적은 없습니다.
물론 어류인 붕어는 지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아주 오래전의 일까지 기억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본능에 의해 행동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만 다시 미끼에 걸려들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류도 학습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 어항 속의 물고기들이 밥 주는 사람을 알아보거나
- 양어장 붕어들의 입질이 아주 미약하다든가 (환경적 요인도 있지만, 하도 많이 당해봐서)
- 옥수수를 먹지 않던 저수지 붕어들이 계속 옥수수를 접하다 보면 먹게 되거나
-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잉어가 연안까지 다가와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는 동작 등..
-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들은 유전된다는 設도 있음 (그래서 갈수록 낚시가 어려워진다고도 함)
붕어낚시계의 원로 평산 송귀섭 프로는 "붕어를 랜딩하다가 떨구는 것보다는 차라리 헛챔질이 낫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헛챔질이 되었을 때 붕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걸렸다가 빠진 붕어는 순간적으로 공포와 불안감으로 요란하게 도망을 간 뒤 한동안 숨게 되고,
주변에 있던 붕어들에게도 이러한 위험을 감지하도록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붕어의 기억력이 좋지는 않더라도 방금 전에 당했던 일을 바로 잊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꼭 안 볼 때만 100% 입질! 아주 영악하고 똑똑한 붕어?
그런데 한편으로는 붕어가 의외로 아주 영악하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꼭 한눈팔거나 안 보고 딴짓하고 있거나 자리를 비울 때만 골라서 찌를 몸통까지 올리는 입질을 하기 때문입니다.
붕어낚시꾼이라면 아주 200% 공감되는 상황일 겁니다.
붕어낚시 미스터리 중의 하나죠..
이럴 때 당연히 낚시꾼은 정말 열폭하게 됩니다.
눈 빠지게 응시할 때는 완전 말뚝이었다가 딴짓만 하면 귀신같이 알아서 입질을 하니까,,
마치 "붕어가 낚시꾼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아주 영악하게 몰래 찌를 올리는 거 아니냐?"는 농담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 이런 상황은 그날따라 활성도가 좋지 않거나
- 붕어들이 먹이 경쟁을 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하거나,
- 조황이 좋지 않은 경우에 어쩌다 한 두 번 입질을 하는 경우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런 겁니다. ▼
- 단순히 낚시꾼의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 우연히 발생한 상황이다.
- 조황, 조과가 안 좋은 말뚝 상태일 때 발생해서 더 열받는 것이다.
그러니까,,
- 낚시꾼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하필이면 한눈팔 때 입질을 하는 것은 그저 우연이고,
- 꾼이 자리를 이탈했을 때 찌가 올라오는 것은 붕어의 입장에서 낚시꾼이 발생시키는 소음, 진동과 같은 미세한 불안 요소가 없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였기에 때마침 입질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단지 이것을 우리가 크게 생각하는 것뿐입니다.
'말뚝에 조과도 안 좋은데 하필이면 괘씸하게도 내가 안 볼 때 입질을..?!'
이런 생각 때문에 꾼의 입장에서는 더 열받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때 우리는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붕어가 지랄 맞게 예민하네!"
그래서 또 애꿎은 채비를 탓하면서 가볍고 예민하게 바꿀 생각을 합니다.
안 볼 때 찌가 몸통까지 찍었던 것은 망각한 채, 채비가 문제가 있어서 무거워 찌를 못 올린다고 채비 탓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붕어는 그저 본능 80%와 학습 효과 20%에 의존해서 생존 활동을 하는 것일 뿐,
붕어가 아주 똑똑하고 영악해서 낚시꾼이 한눈파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이러는 것은 아닙니다.
- 그냥 포인트 선정이 잘못되어 붕어의 회유로가 아니거나
- 아직 피딩 타임이 아니었거나
- 활성도가 떨어져 있을 때이거나
- 붕어 개체수가 적거나 하는 등..
이러한 요인 때문에 입질이 없다가 때마침 찌를 올릴 때 챔질 타이밍을 놓친 것뿐입니다.
또한 붕어가 예민한 것과도 별 상관없는 경우일 겁니다.
사실 지금까지 집중해서 붕어들의 입질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 경우가 그동안 훨씬 더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붕어가 한눈팔 때 입질한 것에 대해 더욱 크게 생각되는 것은 그저..
꾼의 입장에서 못 보고 놓친 물고기가 너무 아쉬워 자꾸 부각되는 것일 뿐..
"어쩌면 붕어보다 우리 꾼들이 더 조급하고 예민했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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