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끄베르 토픽/자연다큐 (네이처 지오그래픽)

제비의 특징과 추억, 제비가 가는 강남은 어디일까?

초록누리 2024. 11. 1.

오랜만의 자연다큐 포스팅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제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비는 예전에 참 흔했던 새인데, 지금은 참 보기 어려운 새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제비는 철새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비에 대한 전반적인 스토리와 "강남 간 제비"라는 말 중에서 '여기서 말하는 강남이 어디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비의 추억과 에피소드, 그리고 제비의 철새 이동 경로

 

먼저 예로부터 한국인의 사랑을 받아온 益鳥인 제비에 대한 추억과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그다음은 철새인 '제비가 가는 강남이 어디인지?'에 대해 순서대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제비의 특징과 추억

 

제비는 한국인의 삶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닌 철새로서 이 새와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와 설화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이유에는 제비가 지닌 독특한 특징과 습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제비의 특징

 

여기서 말하는 제비의 특징은 생물학적 분류에 따른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과 함께 오랜 세월 동안 살아온 친숙한 새로서 필자를 비롯해 우리들이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나열한 특징들입니다.

 

  • 제비는 오로지, only 사람이 사는 곳에만 사람과 아주 가까이 집을 짓는다.
  • 봄에 찾아와 여름내 새끼들을 키우고 가을에 날아간다.
  • 암수가 함께 새끼들을 양육한다.
  • 별일 없다면, 다음 해에 반드시 돌아온다.
  • 벼농사에 해로운 해충들을 잡아먹어주는 익조이다.
  • 검은 턱시도를 입은 듯한 '신사' 새이다.
  • 날아가는 속도와 방향 전환이 매우 빨라서 날아다니는 벌레를 직접 사냥한다.

 

제비-둥지-속-귀여운-제비-새끼들
처마 밑 제비 둥지의 제비 새끼들

 

제비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사람의 주거지 공간 내부까지 들어와 집을 지을 정도로 사람과 친숙한 새입니다.

 

이 새들은 이미 오래된 유전적 학습 효과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들을 해치지 않으며, 인간으로 인해 다른 천적들이 감히 다가오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생태계 최강자 영역 내에서 번식을 하고, 새끼를 키우고,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것이죠.

 

새끼들이 이소 하기 전까지 어미 부부 새들은 지극 정성으로 새끼들을 돌봅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 부모 새들이나 새끼들 중에 새로운 커플 제비가 자신의 예전 집으로 다시 돌아와 또 새로운 집을 짓고 다음 세대를 이어갑니다.

  

찾아오는 제비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든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주거 형태가 대부분 아파트 위주로 바뀌어 처마와 같이 제비가 둥지를 지을 곳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제비는 정말 빠른 새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바닷가에 서식하는 군함새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륙에 사는 조류 중에서 날아다니는 속도는 아마도 제일 바르지 않을까 합니다.

  

송골매, 참매, 보라매도 빠르다고 하지만,,

매는 정지 비행에 능하고, 사냥감 포착 시 순간적인 하강 속도가 사기급으로 빠른 것이어서 제비의 속도 유형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제비는 날아가며 방향을 확 틀어버리는 벌레를 그대로 쫓아가면서 사냥합니다.

따라가면서 방향 전환 회전하는 모습이 가히 UFO급입니다.

제비와 같이 끝까지 적기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추격하는 능력을 지닌 전투기라면, 가히 공중전 최강의 기체일 겁니다.

 

제비의 추억

 

지금은 아니지만,,

제비와 거의 함께 살았던 시기,

참새도 너무 흔하디 흔했던 시기..

 

참새는 초가집 지붕과 기와집 지붕에서 겨울을 나고, 제비는 강남 갔다 돌아온다고 했던 그 시절에는,,

텃새도 아닌 철새인 제비에 대한 설화와 동화, 그리고 직접 체험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삼국시대 전승 설화인 방이 설화를 기원으로 한 흥부전에 등장하는 제비, 그리고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에서 유래된 '대박'이란 말은 지금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나뭇가지에서-쉬고-있는-제비
가지 횟대에 앉아 쉬고 있는 제비

 

필자의 컨츄리꼬꼬 어린 시절에는 제비가 대청마루 천정에 집을 짓기도 했습니다.

제비들의 배설물이 마룻바닥에 수시로 떨어져도 어른들은 불평 없이 그것들을 치워 주었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한겨울에는 초가집 처마에 숨어있던 참새를 잡아 구워 먹으면서 "강남 간 우리 제비는 잘 지내나?" 하며 걱정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참새구이 먹으면서 강남 간 제비 걱정이라.. ㅋ

 

중학생이 되기 직전에 서울로 와서 강북에 살았는데 그때는 아직 단독주택이 많았던 시절이라 서울에도 집집마다 제비들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집에도 제비 한 쌍이 찾아와 마루 처마 밑에 집을 짓기 시작하면 부모님은 집짓기 편하라고 둥지 밑에 널빤지를 받쳐주기도 하셨습니다.

 

한 번은 동네 골목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데 제비가 근처에서 날아다니다가 배드민턴 라켓에 부딪쳐 데려다 치료를 해준 적도 있었습니다.

꼭 흥부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만큼 제비들은 사람들 주변을 자연스럽게 날아다닐 정도로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제비가 낮게 날아다니면 비가 온다는 말이 거의 들어맞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풍 전날에 제비가 낮게 달아다니면, 소풍 못 갈까 봐 우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전봇대 전신주의 전깃줄은 마치 제비들의 반상회 장소 같았습니다.

온 동네 제비 무리들이 다 모여 줄을 맞춰 쭉 앉아 지저귀는 모습은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었죠.

 

그리고 제비는 새들 중에서 턱시도 신사같이 날렵하고 멋지게 생긴 새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런 이미지가 왜곡되서일까?

겉만 번지르하고, 여자들 꼬셔서 춤바람 나게 만들어 돈 뜯는 야비한 족속들을 한때 '제비족'이라고 부르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제비와 관련된 이야기는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비들을 이제는 점점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아마도 서식지와 먹이가 줄어든 것과 이상 기후 영향이 가장 큰 탓이겠죠.

 

물론 아직도 찾아와 집을 짓고 번식하는 제비들이 분명히 있긴 합니다만..

그 개체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또 예전처럼 친숙하게 환영받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제비가 간다는 강남은 어디?

  

어린 시절, 가을에 제비들이 이소하여 어디로 날아가는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형들이나 어른들한테 물어보면 "강남 갔다가 내년 봄에 돌아올 겨"라고 대답해 주곤 했습니다.

 

"강남이 뭐야?"

"큰 강 아래 있는 저~ 아래를 강남이라고 혀"

 

그래서 어렸을 때 아는 강이라고는 한강 밖에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럼 한강 밑에서 살다 오는 겨?"라고 물으면, 형들은..

"멍충이. 우덜 사는 데도 서울 한강 밑이여. 제비들은 저기 저 낙동강 밑에 살다가 오는 거여"라고 대답해 주곤 했습니다.

 

한-쌍의 제비-커플의-飛上
한 쌍의 제비 커플

 

머리가 조금 크고 나서 선생님으로부터 우연히 동양 역사에서 말하는 강남은 주로 중국 양자강(長江) 이남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막연히 '제비는 중국 양자강 이남에 분포된 따뜻한 지방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구나. 여름 철새니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 제비들의 강남

 

그런데 비교적 최근, 우리나라에 왔던 제비들이 가는 '강남'의 소재가 일부 밝혀졌습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 교육청은 지난 2021년부터 4개 학교 학생들과 함께 제주를 찾는 제비를 조사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제비에게 몸무게 6% 이상이 안 되는 무게의 초소형 추적 장비를 장착하고 발목에는 고유번호가 새겨진 가락지를 끼웁니다.

 

그 결과..

 

  • 제비들은 8월 말 제주도에서 출발해 일본 오키나와와 인도네시아를 거쳐
  • 9월 중순에서 10월 초사이 필리핀 우손 섬에 도착했습니다.
  • 이곳에서 겨울을 보낸 뒤
  • 2월 말 대만과 중국을 거쳐 3월 초에 제주도로 돌아오는데
  • 총 이동거리만 9,200 km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추적해 본 결과,,

제주도에서 6개월 정도 지냈던 제비들이 겨울을 지내는 이른바 강남은 필리핀의 섬 지역인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매년 제주를 찾는 제비는 10만여 마리..

기후변화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結語

 

福을 물어오는 새

깨끗하고 멋진 새

사람을 동료로 알고 가장 가까이 함께 사는 새..

 

아무쪼록 우리나라가 

제비도, 참새도, 토종붕어들도 모두 잘 사는 그런 곳이 됐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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