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나 자연지라고 해도 무방할 만한 관리형 저수지에서 낚시를 할 때 유용한 생미끼인 대하와 옥수수..
여기에는 당연히 토종터라는 전제가 있고, 민물새우를 현장 채집해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아예 집에서 대하살을 손질한 뒤 옥수수 한 캔만 더 챙겨가지고 가면 정말 편한 낚시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하살을 그대로 써도 되지만, 바닷 생물인 대하는 짠 내와 짠맛이 배어있기 때문에 이것을 제거해 주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막 뇌리를 스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대하의 짠 내를 옥수수 캔으로 조절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합니다.
1. 먼저 대하 미끼 준비하기
① 출조 전 날, 먼저 마트에 가서 대하, 혹은 보리새우나 양식종인 흰다리 새우를 사다가 껍질을 까고 새우살을 바늘에 달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로 자릅니다.
② 옥수수 캔을 삽니다. 부드러운 걸 원하면 오뚜기 제품(미국산)을, 딱딱한 것을 원하면 동원 제품(태국산)을 사세요.
③ 옥수수 캔을 개봉해서 알갱이는 따로 다른 용기에 담으세요. (음식 배달 왔을 때 담겨 온 1회용 반찬 용기 유용하더군요)
④ 옥수수 알갱이 다 덜고 남은 국물(?)은 절대 버리면 안 됩니다. 여기에 손질한 대하들을 투척해 주세요. (새우살은 물기가 있으면 오히려 부피가 약간 불고 탱탱해지기 때문에 처음에 최대한 작게 손질하라고 한 겁니다)
⑤ 대하살에 비해 옥수수 국물이 적으면 물을 조금 더 붓고, 설탕도 한 스푼 정도 넣으세요. (무슨 요리 레시피 얘기하는 거 같네요)
⑥ 한동안 이렇게 놔둡니다. (저는 약 네 시간 정도)
⑦ 새우를 담을 용기를 준비하고 거기에 첨가제용 새우 가루나 곰표 떡밥 가루를 뿌리고 대하살을 조금씩 넣고 흔듭니다. (글루텐류와 어분류는 비추)
⑧ 다시 곰표 떡밥이나 새우가루를 조금 더 넣고 또 다시 새우살 일부를 넣고 흔듭니다. 이런 식으로 나머지 대하살을 모두 부슬부슬하게 코팅해 주세요. 그래야 서로 들러붙지 않습니다.
⑨ 이러면 됐습니다.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다음날 출조 때 꼭 가져가세요. (저는 기껏 이렇게까지 해놓고 빠뜨리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ㅜㅜ)
이 과정이 다 귀찮다면, 그냥 1번과 8번 과정만 하셔도 됩니다.
2. 대하와 옥수수 미끼 현장 운용
사실 준비만 잘 되었다면,,
옥수수, 대하살 미끼 운용은 뭐 특별할 게 있나요? 이 두 가지야말로 아주 세상 편한 미끼 운용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미끼를 운용할 때 경심줄인 나일론줄(모노줄)을 15cm 목줄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무미늘 외바늘로 채비를 꾸립니다.
개인적으로 연심줄인 합사는 떡밥류 미끼, 생미끼는 모노줄을 주로 사용합니다. (옥수수는 둘 다 사용)
그런데 대하는 새우를 먹는 저수지 토종붕어라면 아주 환장하는 미끼이지만,,
손님 물고기인 메기, 빠가사리(동자개), 구구리(얼룩 동사리), 물방개도 숟가락 얹듯 달려드니까 이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대하 미끼로 잉어나 향어는 못 낚아 봤네요..
언젠가는 가장 긴 대에 장착한 가장 큰 호수의 바늘에 대하와 옥수수를 같이 꿰고 넣어봤더니 허리급 월척이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참! 자라까지 낚여 올라온 경우도 한 번 있었습니다.
옥수수와 대하 미끼로 붕어낚시를 한다는 것은,,
무슨 전투낚시, 템포낚시 이런 결연한 낚시를 하고자 할 때가 아니라,
아주 느긋한 낚시, 기다리는 낚시, 한가한 낚시를 하면서 자연에서 1박 2일 잘 놀다가 온다는 생각일 때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자연지도 아니고, 양어장도 아닌..
깨끗하고 환경 좋은 관리터(관리형 저수지) 좌대 예약을 했을 때 바로 이 '대하-옥수수 낚시'를 합니다.
자연지에서는 채집한 민물새우 수염도 안 떼고 통으로 그냥 사용합니다.
(채집한 민물새우는 딱 사용할 만큼만 새우 살림망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반드시 모두 방생해 주세요.
기다리는 낚시라 많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청소부인 새우가 없어지거나 개체 수가 줄면 저수지 오염됩니다)
어쨌거나..
대하 미끼의 찌올림도 민물새우처럼 정말 환상적입니다.
교교한 밤하늘로 쭉 올라가는 찌불이 마치 반딧불이가 짝을 찾아 비상하는 것 같아요.
물론 변수를 대비해 떡밥류 미끼도 잘 챙겨 가지만, 지금까지 위와 같은 준비와 조건만 잘 충족되었다면 결코 꽝 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예쁜 토붕이들 외에도..
오랜만에 동자개(빠가사리), 얼룩 동사리(구구리), 메기 같은 다양한 토종 물고기들을 소쩍새 우는 밤하늘 별빛 아래와 뻐꾸기 우는 새벽 물안개 피어나는 수면 위로 정겹게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들이 다 집어 낚시하는 양어장의 처절한 현장에서는 절대 이렇게 하지 마세요.
혼자 득도하거나 아니면 광탈해서 좀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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