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좋아하는 여러분들께서는 혹시 언제나 항상 함께 출조하는 지인이 있으신가요?
취미가 같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면 이는 정말 즐겁고 유쾌한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낚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같이 낚시를 할 수 있는 친구인 조우(釣友)에 대한 생각들을 한 번 적어보고자 합니다.
知音과 같은 친구 👬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는 친구, 나의 소리를 이해해 주는 벗에서 유래된 '지음'이라는 말은 곧 절친을 의미하거나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친구를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됩니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제갈량이 동오(東吳)의 주유를 회유하여 조조의 남진을 막아내기 위해(적벽대전의 서막) 음악을 좋아하는 풍류남 주유와 함께 거문고를 타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백 마디의 말보다 서로의 소리로서 공감대를 이루고자 한 두 영웅의 모습을 묘사한 대목이죠.
이처럼 '지음'이란 단어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을 이해해 주는 친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취미가 같아 함께 그것을 오랜 세월 동인 향유해 온 친구라면 동호회 동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 지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아주 오랜 시간 동반 출조를 해왔던 조우 역시 이러한 유형의 벗이 아닐까요?
필자 역시 이렇게 함께 낚시를 하러 다니던 지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각자의 일상을 위해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동반 출조가 어렵게 되어 함께 일정을 잡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어쩌다 한 번씩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되더니 이런저런 각자의 사정으로 아쉽게도 지금은 거의 연락조차 끊긴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예전에 함께 낚시를 다녔던 기억들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하고, 그 당시의 다른 기억들까지 함께 연동이 되어 잠시 추억 속에 잠기기도 합니다.
獨釣를 할 때도 가끔씩 이런 생각들에 잠기곤 하죠.
동반 출조의 즐거움 🎣
정말 마음이 맞는 (케미가 맞는) 지인과 함께 출조를 하면 좋은 점은 참 많습니다.
- 같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출조지를 개척하기에 용이합니다.
- 혹시 모를 유시시의 상황에 동반자가 있으면 든든하겠죠.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같이 해먹는 재미도 쏠쏠하죠.
- 무엇보다도 화제가 온통 낚시 얘기여도 마냥 즐겁습니다.
- 채비와 기법 등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배워나갑니다.
- 같이 낚시꾼 특유의 허풍을 떠는 것도 즐겁습니다.
- 외이프에게 허락받기도 비교적 용이합니다.
- 경비, 장비 등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 같이 낚시 장비를 구입하러 다닌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 밖에도 많은 장점과 유익한 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혼자 자연지 출조를 했을 때 밤 늦은 시간 불현듯 주위를 둘러보니 주변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죄다 철수를 하고 혼자만 남았는데 갑자기 날씨 변덕으로 폭우가 쏟아졌을 때 정말 불안하고 두렵기도 하더군요.
만약 함께 출조한 지인이 있었다면 훨씬 위안이 되었을텐데 혼자 외딴곳에서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니 동반 출조할 수 있는 조우의 존재가 너무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동반 출조하는 것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차라리 독조(獨釣)가 더 나은 경우 🐟
그런데 무조건 아무나(?) 같이 낚시를 간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낚시보다는 캠핑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생초보와의 출조
일전에 아는 후배가 낚시를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일단 관리형 저수지로 데리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친구이긴 한데 낚시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녀석이었죠.
그래서 낚시에는 완전 문외한이었던 터라 모든 장비를 세팅해주고,
낚시터에서 일일이 하나씩 다 챙겨주면서 낚시를 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금방 싫증을 내더니 고기 구워서 술을 한 잔 걸치고 나서는 지루하다며 들어가 TV와 스마트폰만 보다가 다음날 철수할 때까지 잠만 자더군요.
어부(漁夫)와의 동반 출조
또 다른 지인은 말 그대로 '낚시광'이어서 몇 번 동반 출조를 했는데,,
이 친구는 오로지 붕어(그것도 월척급)를 잡아야만 하는 강박이 너무 지나쳐서 먹지도 쉬지도 않고, 오로지 낚시만 하는 유형입니다.
물론 낚시를 하러 왔으니 붕어를 낚기 위해 집중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토종터에 잔챙이가 많으면 짜증을 내고, 붕어 치어를 봐도 짜증을 내고,
아무리 낚시를 좋아한다 해도,,
모처럼 자연에 나왔으니 쉴 때는 쉬고, 함께 음식도 해 먹으면서 얘기도 좀 하고 그러는 맛도 좀 있어야 하는데,,
아침부터 다음날까지 밤을 꼬박 새 가며 오로지 물고기 잡는 것에만 몰두하는 어부 같은 모습을 보니 좀 질리기도 하더군요.
조황이 좋지 않아도 계속 짜증을 내고,
유료터든 자연지든 조과가 신통치 않으면 두 번 다시 같은 장소로 출조를 안 하는 타입이라 늘 새로운 출조지를 물색해야만 했습니다.
한 마디로 여유가 없는 타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라면 차라리 혼자 출조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자연 그 자체를 즐기고,
토종물고기들과 우리 생태환경을 소중히 하며,
때로는 맹렬하게 때로는 여유를 가지면서 함께 낚시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그런 조우가 있다면 이 또한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혹시 이런 지인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미 해피한 여정을 하고 계신 멋진 釣士분일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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