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끄베르 토픽/토종생태자연환경 (붕어가 사는 나라)

왜가리는 블루길을 잡아먹을까? (토종의 반격)

초록누리 2024. 7. 12.

얼마 전 충남 아산의 어느 작은 계곡지로 출조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그곳은 가재와 민물새우가 많았던 작은 계곡형 저수지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블루길과 배스가 유입되고 나서 토종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된 상태입니다.

 

공교롭게도 약 십여 년 전 유료터 허가가 난 이후 이런 상태가 되었는데, 어쨌든 최근 향붕어를 많이 방류해서 주력 어종은 향붕어이고, 간혹 잉어가 자주 낚이는 곳입니다.

 

이 저수지에는 토종 수변 조류인 왜가리도 있고, 생태 교란종이 된 가마우지 커플도 있습니다.

이 가마우지들이 아주 고약한 것이 꼭 준척급 이상 붕어만 잡아먹는다는 점입니다.

  

기왕이면 그 탁월한 잠수 능력으로 유해 외래 어종인 배스나 블루길을 퇴치해 주면 좋겠지만, 이 녀석들은 절대로 블루길이나 배스는 안 먹습니다.

 

이곳에서 낚시를 하다 보면, 떡밥 미끼에도 간간이 블루길이 낚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배스나 블루길은 내가 잡은 것도 도로 놔주면 안 되기 때문에 혹시 왜가리가 이것을 받아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외래-어종-블루길-클로즈업-이미지
생태 교란종 블루길 (파랑볼우럭)

 

왜가리는 물고기를 사냥할까?

 

'왜가리가 물고기를 사냥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 그렇지 않다' 모두 맞는 것 같습니다.

 

왜가리는 가마우지처럼 잠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오리처럼 물 위를 헤엄쳐 다니면서 자맥질 사냥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왜가리는 그저  물가의 얕은 곳에서 연안으로 들어온 물고기를 인내심을 갖고 가만히 지켜보며 기다리다가 순간적으로 쪼아서 사냥합니다.

그런데 이 모습은 사냥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낚시에 가깝습니다. 낚시꾼이 입질 왔을 때 챔질하는 느낌?!

 

가끔씩은 개구리 같은 양서류나 수변 연안의 작은 동물도 잡아먹습니다. 이건 본격적인 사냥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다가 틈나면 목욕도 합니다.

 

수시로 높은 소나무 가지에서 휴식을 취하다가도 맛이 간 물고기가 수면 바로 아래 떠다니는 걸 보면, 날아가면서 잽싸게 채서 먹기도 합니다.

아무튼 시력은 꽤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료터에 터 잡은 왜가리의 경우에는 낚시꾼들에게 물고기 앵벌이도 합니다.

 

낚시꾼이 물고기를 낚으면 "꽥꽥" 거리며 날아와 일정 거리 주변에 서서 한참 지켜봅니다.

혹여 낚시꾼이 물고기를 던져주면 냉큼 받아 쪼아서 안전한 곳으로 날아가 먹습니다.

  

결론적으로,,

왜가리는 물고기를 사냥하긴 하지만, 능숙하지 않습니다.

기왕이면 쉽게 먹이를 구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또 그런 것에 익숙합니다.

마치 민물 담수 생태계의 하이에나 같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물가의 깡패?

 

왜가리는 블루길을 먹을까?

 

그렇다면 왜가리는 블루길 같은 유해 외래 어종도 먹을까요?

그래서 낚은 블루길을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는 왜가리에게 한 번 줘봤습니다.

 

그러자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오~ 쪼아 먹습니다.

 

낚시꾼이-던져준-블루길을-쪼아-먹는-왜가리-클로즈업-장면
던져 준 블루길을 쪼아 먹는 왜가리. 클로즈업 촬영

 

아주 좋은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블루길을 또 잡았을 때 던져주니까 역시 받아먹습니다.

그런데 목 넘김이 썩 좋아 보이진 않더군요.

붕어나 토종 물고기를 삼켰을 때와는 좀 다르게 약간 불편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그 이후에는 블루길을 던져줘도 먹지도 않고, 그냥 쌩깝니다.

배가 부른 것인지, 아니면 이제 블루길은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론적으로..

 

  • 왜가리는 적극적으로 사냥을 하지는 않는다.
  • 연안 근처에서 물고기를 줍거나 맛이 가서 수면 위로 떠다니는 물고기를 건져 먹는 경우가 많다.
  • 블루길도 먹기는 먹는다. 그런데 아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가마우지는 한 번 잠수했다 하면, 팔뚝만 한 붕어만 잡아 수면 위로 올라와 삼킵니다.

붕어 낚시꾼 입장에서, 그리고 토종 생태 환경 측면에서 볼 때 아주 얄미운 녀석이죠.

그냥 확 잡아서 머리털을 다 뽑아버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에 비해 왜가리는 소리만 꽥~ 질러댈 뿐 외래 어종을 적극적으로 사냥해서 잡아 먹지는 못 합니다.

그나마 낚시꾼이 던져주는 블루길은 잘 받아먹기는 하는데, 그것도 배가 고플 때만 그런 것 같습니다.

어쨌든 블루길을 먹어주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아무쪼록 우리 토종 생태계가 빨리 균형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토종 생물들의 천적 역할을 위한 반격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듭니다.

 

그렇게 토종 생물들의 세력이 대등해지려면, 역설적으로 그때까지는,,

 

  • 자라, 수달, 왜가리, 가물치, 쏘가리, 메기 등의 토종 생물들을 보호해야 하고,
  • 가마우지, 뉴트리아와 같은 상위 포식자 외래종들의 퇴치해야 하며,
  • 民官의 공통 인식과 협력으로 배스나 블루길의 개체 수를 줄이는 노력을 더더욱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1천만에 육박하는 담수(민물) 낚시인들이 모두 환경지킴이가 되어,

① 토종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②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등의 자연환경 보호에 동참한다면,,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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