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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이외에 물고기 붕어 잡는 방법🐟토종 민물고기 천렵, 추억의 고기잡이

초록누리 2025. 4. 1.

오늘은 낚시가 아닌 방법으로 물고기(붕어)를 잡는 방법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옛날 어린 시골 소년 생활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 시절 추억의 고기잡이 이야기인 것이죠. 물론 오염되지 않았던 옛날 시골의 샛강이나 저수지에서의 토종 민물고기 천렵과 관련된 것입니다.

 

내용 중에는 당시 지방 사투리 단어가 섞여 있으므로 이 부분은 감안해서 봐주세요. ^^;

 

아이들의 천렵 아이템, 삼태기

 

옛날 시골 아이들의 놀이는 여름에는 샛강에서 멱감기와 천렵, 겨울에는 '얼음 치기'나 '새덫치기'가 주된 놀이였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날에 형들은 개들을 데리고 참나무숲 근처를 뒤지며 언덕 아래로 산토끼몰이도 했었죠.

 

아무튼 어린아이들은 삼태기를 가지고 샛강 풀숲이나 농수로, 논 가장자리의 보두랑 등을 훑으며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오염되지 않고, 토종 어족 자원도 풍부했던 시절이라 붕어, 피라미, 갈겨니, 모래무지, 메기 등을 어렵지 않게 잡았습니다.

물론 삼태기를 들어 올리면, 물방개, 장구애비 등과 같은 수서 곤충이나 토종 개구리 올챙이가 들어 있기도 했습니다.

 

삼삼오오 삼태기랑 깡통 하나 달랑 들고 그렇게 잡아온 고기들은 감나무 잎에 배를 따고(감나무에 모아둔 물고기 내장들은 돼지한테 주면 다 먹었습니다), 쌀이랑 국수 넣고, 된장이랑 고추장 풀고 어죽 쒀 먹었습니다.

 

맨손의 고수, 누나들의 붕어 움켜잡기 신공

 

남자 애들과 달리 가끔씩 동네 누나들이 함께 천렵할 때면, 정말 신기하게도 맨손으로 풀숲을 헤집다가 손으로 붕어 한 마리씩 척척 움켜 잡아 꺼내는 게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가히 '붕어 잡는 신공'이라 할만합니다

참 신기하기도 했고, 어린아이 눈에 그런 누나들이 정말 예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붕어 잡는 선녀 같은..

 

냇가에서-잡은-붕어를-들고-웃고-있는-아이
맨손으로 붕오를 움켜 잡는 시골 아이들

 

계곡 돌땅 치기

 

돌과 바위가 많은 상류에서는 일명 '돌땅 치기'라는 고기 잡는 방법이 있었는데, 이것은 물고기들을 기절시켜 잡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입니다.

 

고기가 숨어있을 만한 바위 위에 다른 돌을 집어 힘껏 내리쳐 때리면, 그 충격에 일시적으로 기절한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둥둥 떠오릅니다. 그러면 그냥 주워 담는 거죠.

이런 녀석들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깨어나기 때문에 그전에 잡으면 됩니다.

주로 버들치였던 것 같고, 드물게 미유기 같은 녀석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힘 좋은 이들은 오함마를 가지고 가서 '바위 치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것도 요령이 필요한데, 순간적으로 딱 끊어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단점은 무리하면 다치거나 밤에 온몸이 쑤십니다.

 

된장 '체' 통발

 

옛날에는 집집마다 '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가루를 곱게 치거나 뜨겁지 않은 액체를 거르는 데 쓰는 기구죠.

테두리는 나무로 되어 있고, 작은 구멍들이 촘촘히 나 있는 커다란 원형 거름망 같은 겁니다.

요즘에는 대부분 쇠로 된 철망 형태이며, 크기도 작아서 전통적인 그런 체는 지금은 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체에다가 천을 씌워 기저귀 고무줄로 고정한 다음, 가운데 조그마한 구멍을 뚫어 그 안에 된장을 넣고 물살이 세지 않 고, 물풀이 있는 곳에 담가두면 피라미 엄청 들어갑니다.

재래식 어항, 통발인 셈이죠.

 

동네 형들의 어죽용 불거지·피라미 잡이 도구 '맞두레'

 

아이들이 삼태기로 천렵을 한다면, 동네 형들은 제법 본격적인 도구를 사용해서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바로 '맞두레'라는 것인데, 길이가 대략 4 ~ 5m 이상 정도 되는 매우 기다란 대형 족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맞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맛두레라고 부른 건가?)

 

그러니까 이것은 연안 풀숲을 뒤지는 게 아니고, 냇가를 가로질러 거슬러 올라가면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입니다.

대상어는 오직 피라미와 불거지(피라미 수컷), 그리고 천렵 목적은 어죽용으로 가장 좋은 피라미 떼를 집중적으로 포획하는 데 있습니다.

 

양쪽에서 샛강(냇가) 가운데에서 맛두레를 양쪽에서 잡고 거슬러 올라가면, 당황한 피라미 떼는 쫓겨 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확 바꿔 오히려 몰고 있는 사람들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옵니다.

녀석들이 그물로 들어가는 게  보이면 양쪽에서 동시에 확 들어 올립니다. 타이밍이 늦으면 다시 튀어나가 거든요.

맛두레를 들어 올리면 가운데에서 뒤따르던 사람이 양푼으로 고기들을 담아 살림망(양파망 같은 거)이나 깡통에 넣는 것입니다.

 

성질 급한 피라미들은 계속 쫓긴다 싶으면 오히려 몰고 있는 사람을 향해 지그재그로 돌진하여 돌파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을 역이용하는 것이죠.

붕어는 가시가 억세서 찜을 해 먹지만, 피라미는 통째로 버릴 게 없어서 어죽용으로 최고입니다.

붕어가 대상어가 아닌, 오직 먹기 위한 피라미 포획을 위한 천렵 방법이랍니다. 요즘엔 보기 드문..

 

 

시골-아이들이-저수지-둑방에서-잡은-물고기를-볏짚에-구워-먹으며-즐거워하는-모습
잡은 물고기를 볏짚에 구워먹으며 즐거워 하고 있는 시골 아이들

 

방죽 물 푸기, 양동이 대량 포획 작전

 

이건 '고기잡이'라기보다는 '고기 줍기'라고 해야겠네요.

어린 시절 기억으로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몇 년에 한 번씩 온 마을 동네 모든 이들이 나서서 저수지 방죽의 물을 모두 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런 날에는 집집마다 양동이를 들고 가서 물고기들을 줍줍 하는 잔치가 벌어졌어요.

집집마다 양동이를 들고 나와 팔뚝만 한 물고기들을 주워 담았습니다. 그 다양한 어종들을 일일이 나열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죠.

 

아이들은 둑방에서 장어만 한 크기의 미꾸라지들을 볏짚에 구워 먹고 즐거운 하루를 만끽했습니다. (볏짚 미꾸라지 구이, 안 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물론 물고기들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의 날인 셈이죠.

하지만 물고기들의 씨를 말리진 않습니다. 저수지 뻘 바닥에 드러난 물고기들이 워낙 많기도 했지만요.


외지 어른들의 '빠떼리(자동차 배터리)' 천렵

 

자동차 배터리를 이용한 기상천외한(?) 방법도 있었습니다.

주로 어른들이 이런 방법을 사용했는데, 당시 외지에서 놀러 온 현지인들의 지인들이 이런 방법으로 천렵을 한 적이 있어 온 동네 애들이 따라다니며 구경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 분이 등에 배터리 매고 막대기(?) 같은 걸 물속에 넣고 휘저으면서 감전된 주변 물고기들이 기절해서 둥둥 떠오르게 만들어 그냥 주워 담는 거죠.

물론 이 방법은 물고기 씨를 말리는 방법이라 아마 당시에도 불법 어로 행위로 지정됐을 겁니다.

하여튼 주변에서 모래무지, 붕어, 갈겨니, 피라미, 메기까지 둥둥 떠오르는 게 정말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천렵을 하는 아저씨들은 씨알 좋은 붕어를 잡아 붕어찜을 하는 게 일단 첫 번째 목표이고, 잡고기들로 매운탕을 끓여 푸짐하게 함께 대포 한 잔 걸치면서 잔치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늦가을 농수로 갈쿠리 훌치기 미꾸리 잡이

 

늦가을 초겨울이 되면 동네 어른들은 농수로나 보두랑 등에서 바닥을 긁어 미꾸라지를 잡곤 했습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물이 없는 뻘 바닥을 이렇게 훑으면 미꾸라지들이 기어 나오는 겁니다.

아마도 겨울잠을 자려고 바닥을 파고들어 있던 녀석들인 것 같습니다.

 

근데 신기한 것은 미꾸리뿐만 아니라 드물게는 메기나 드렁허리도 나왔고, 심지어 가물치까지 기어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토종 물고기들은 강한 생명력으로 엄혹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던 것입니다.

 

이렇게 잡아온 미꾸라지로 동네는 추어탕 잔치가 열립니다.

요즘에는 '남원식 추어탕'이라는 것이 대세여서 미꾸라지를 갈아 국물을 내고 들깨를 많이 넣어 만드는 것이 대세인 듯한데, 당시에는 소금으로 해감한 통미꾸라지에 유부, 두부, 홍고추를 넣고 계란을 풀어 넣은 고추장 국물의 얼큰한 추어탕이 진국이었습니다.

 

냇가에서-족대질로-천렵하고-있는-가족들전통-대나무-통발-이미지
족대질 하는 가족들(左), 전통 대나무 통발(右)

 

버드나무 가지 낚싯대와 밥풀떼기·겉보리 붕어 낚시

 

물론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은 낚시도 했습니다.

낚싯대는 대나무보다 구하기 쉬운 게 버드나무를 사용했는데, 유연하고 질겨서 아이들도 쉽게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읍내 낚시점에 가면 '나일론줄 + 바늘+ 납추 + 빨대처럼 생긴 조잡한 찌'가 한 세트인 채비를 팔았는데 제 기억으로는 50원 ~ 70원 정도 했던 거 같습니다.

요즘 같은 폼나는 장비는 아니었지만, 무슨 대물낚시를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정말 즐거운 낚시를 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미끼는 지금처럼 무슨 글루텐, 어분 이런 게 아니라 밥풀떼기나 겉보리 삶은 게 주류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 순진한 토종붕어들은 이런 미끼에도 찌를 쭉쭉 올려 줬습니다.

 

돼지우리나 두엄 근처 바닥을 파면 엄청 굵고 큰 지렁이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이 지렁이들은 지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붉은 참지렁이가 아니라 색깔도 허옇고, 팔딱팔딱 뛸 정도로 커다란 게 좀 징그러웠습니다.

그런데 크기와 달리 쉽게 흐물흐물해지는 단점도 있었으나, 어쨌든 이런 놈들을 미끼로 사용하면 메기나 동자개 같은 어종들이 환장하고 달려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타, 에필로그

 

이 밖에도..

'독살' 같은 것도 있는데 이건 바닷가 연안이나 큰 강 연안에서 하는 방법이며, 이쯤 되면 이건 어부니까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나무로 만든 전통적인 어항인 '대나무 통발(어살)'도 있는데, 이걸 만들어서 쓰던 동네 어르신도 있었습니다만, 애들은 만들기도 어렵고 번거로워 그냥 위에서 언급한 '체'로 만든 간단한 통발을 주로 사용했었습니다.

 

연 날리는 '얼레'로 멍텅구리 원투낚시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일종의 '방울낚시'의 원시 버전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릴 낚싯대를 이용한 원투낚시가 유행하면서 이젠 방울낚시도 지금은 보기 어렵습니다만.

 

이상으로 낚시 이외에 물고기 잡는 방법, 추억의 천렵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가끔씩 그때가 그리울 때도 있어요..

 

이제 정말 완연한 봄이네요.

낚시꾼들만의 봄이 아닌, 대한민국의 진정한 봄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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