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친숙한 메기와 관련된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메기 효과 (catfish effect)'입니다.
오늘은 이 메기 효과에 대한 의미와 실제 효과, 그리고 실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메기 효과'란 무엇일까?
언제부터인가,,
미꾸라지가 있는 연못이나 수조에 메기 한 마리를 풀어놓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에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먹이도 더 잘 먹고 열심히 헤엄치며 도망 다니기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운동 효과로 전환되어 더욱 건강해진다는 논리이다.
실제로 모 대형 추어탕집에서 대형 미꾸라지 수조 안에 메기 한 마리 넣어놓고는 이 catfish effect로 인해 미꾸라지들의 육질이 더 건강하고 쫄깃하다는 간접적인 전시 광고를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즉, 이러한 효과가 어필하고자 하는 바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거나 위협이 있을 경우 자극(생존의지 등)을 받아 오히려 더 강하고 건강해진다는 논리입니다.
글쎄.. 만약 제한된 공간이라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살자고 도망 다니는 미꾸라지도, 난리 치는 미꾸라지들로 인해 메기도 모두 스트레스만 잔뜩 받아 형편없이 약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래의 리스트는 이 이론을 확대 적용한 실제 사례들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입니다.
- 인터넷 온라인 디지털 금융 은행의 등장
- 이케아 국내 가구 시장 돌풍
- 국내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넷플릭스의 OTT 서비
- 애플페이 국내 진출 등..
하지만, 이것은 자본주의 경쟁 원리로 이미 존재했던 산업 부문에서의 시장 원리일 뿐입니다.
이러한 시장 경제 현상을,,
'천적과 같은 극한의 위협에서 겨우 살아남았을 경우, 살아남은 개체만큼은 오히려 생존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는다'라는 '메기 효과'를 가져다가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메기 효과 이론에 대한 '정확한 유례와 근거,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본연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메기 효과 어원의 유래와 인용
메기 효과는 한국 언론이 경제 기사에서 꽤나 즐겨 인용하는 비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네이버 지식백과나 언론에 인용된 메기 효과를 보면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즐겨 사용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데 토인비의 대표 저서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에는 '메기 효과(catfish effect 혹은 catfish philosophy)'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토인비는 기고·강연에서 메기 효과를 비유적으로 사용하긴 했는데,,
시사잡지 1950년 4월호 기고문에서 그는 'catfish philosophy'란 제목을 사용해 그의 역사철학 지론인 '도전과 응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공산주의가 메기가 되어 정체된 서구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한 적은 있습니다.
역사학자 토인비가 이러한 표현을 인용한 배경으로는,,
과거 유럽 어부들이 북해 연안에서 잡은 청어를 멀리 보낼 때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넣어 살아있는 채로 운송할 수 있었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오래 전부터 교육, 기업 현장에서 이 메기 효과를 인용해 왔습니다.
순수한 교육적 목적보다는 나태함을 경계하고 경쟁심을 유발하기 위한 인위적 제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주로 쓰였습니다. (논리의 확장)
하지만, 최근에는 메기 효과 자체가 없거나, 과장됐다는 주장이 조금 더 우세해지는 추세입니다.
이것은 검증된 효과 이론일까? 메기 효과의 진실은?
메기 효과는 동서양 모두 인용하긴 하지만,,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훨씬 더 많이 사용되며, 서구권에서는 그 인용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거나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현대에 이르러 개인 간의 경쟁과 각자도생을 더 중시하는 동아시아 특유의 경쟁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일부 악덕 기업에서는 이러한 효과를 악용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음은 이 효과에 대한 부정적 사례입니다.
- 2012년 한겨레 '미꾸라지 살린다는 메기효과, 알고 보니' 기사에서 메기 효과와 비슷한 포식자와 먹이의 관계 연구를 소개함
- 그런데 제한된 공간 안에 포식자를 넣으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만 크게 나타났다는 것으로 판명됨
- 특정 실험 연구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 약화로 개체의 사망률이 4배 이상 증가하기도 함
- 2012년 사이언스는 포식자 거미가 메뚜기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발표함
- 거미가 나타나자 공포에 사로잡힌 메뚜기의 체내 질소 함량이 줄어들었고,
- 메뚜기 주검에 담긴 질소 함량이 줄어들면서 토양 미생물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음
이 밖에도 여러 언론 칼럼 등에는 메기 효과가 틀렸거나 과장됐다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최근 어떤 예능 TV 콘텐츠에서 메기와 같은 캐릭터를 투입해 분위기를 확 바꾸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무슨 단체 연애 예능 같았는데,,
중간에 갑자기 월등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투입해서 기존의 출연진보다 더 많은 이성의 관심을 끌게 만들어, 나머지 기존 출연자들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등.. 분위기를 확 바꿔버리는 전환 효과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쩌면 '메기 효과'라는 것은,,
어떤 지배 권력이나 악덕 기업들이 사회 구성원, 또는 직원 상호 간의 경쟁 심리를 유발하여 통제하기 위한 분열적 · 궤변적·수단적 이론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부작용이 덜한 이런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훨씬 더 잘 어울리는 효과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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