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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이 낚은 것은 무엇? 태공망은 정말 낚시의 神仙이었나?

초록누리 2024. 4. 4.

Fishing Story - 釣仙, 강자아 編

 

낚시에 심취한 자를 일컬어 흔히들 '강태공'이라고 한다.

팔자 좋게 한적한 낚시나 즐기는 백수를 두고 비아냥거리는 말로 쓰이기도 하고, 베테랑 釣士를 비유하는 일명 '낚시 도사'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강태공은 정말로 낚시의 神이었을까?

어째서 강태공은 낚시를 상징하는 고대 인물이 되었을까?

 

그래서 오늘은 '낚시 이야기' 주제의 하나로써,,

마치 낚시의 기원처럼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낚시계의 신선(釣仙)', 강태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세상(天下)과 세월과 주군(主君)을 낚은 인물, 강태공

 

먼저 실제 중국 상고 시대 역사 속에서 周나라 공신 초대 재상이자 齊나라 시조인 '강태공은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 성(姓)은 강(姜),  씨(氏)는 여(呂), 이름은 상(尙), 자(字)는 자아(子牙), 별호(別號)는 태공망(太公望)이다.
  • 동이족 염제 신농씨의 후예
  • 商(殷)나라 말기, 저수지에서 낚시하다가 후일 周나라를 건국하는 주 문왕에게 저수지 캐스팅으로 일약 스카우트됨
  • 상나라를 전복시키고 역성혁명에 성공한 주나라 개국공신이자 초대 재상, 현재 산동 지방인 제나라의 봉건 제후로 봉해짐으로써 제나라의 시조가 됨
  • 춘추시대 손무, 후한시대 관우와 제갈량이 등장하기 전까지, 文은 공자, 武와 병법은 강태공이라 했을 정도로 병법과 전략에 능통했음
  • 전차戰 전술 부분이 기술되어 있는 육도삼략(六韜三略)이 그의 대표적인 병서(兵書)
  • 관중과 포숙의 군주이자 춘추시대 첫 번째 패자(霸者)인 제환공이 바로 강태공의 후손이다.

 

백수였다가 출세한 강태공과 가출했다 다시 돌아온 그의 아내에서 유래된 이야기인 '이미 엎질러진 물(覆水不反盆)'의 故事 또한 강태공과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이다.

 

강태공을-이미지화-한-그림
강태공 이미지

 

봉신연의(封神演義), 판타지 神魔소설 속 주인공인 강태공

 

강태공은 소설 속에서도 등장한다.

비로 서유기와 더불어 대표적인 신마소설인 '봉신연의(封神榜)'가 그것이다.

 

(참고)

중국의 4대 기서 :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   
6대 : 4대 기서 + 홍루몽과 유림외사
明·淸代 소설로서의 4대 기서는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홍루몽

 

봉신방(封神榜)으로도 불리는 봉신연의는 서유기와 더불어 대표적인 중국의 신마소설이다.

 

요괴와 악한 신들의 득세와 발호로 인해 천계, 인간계, 선계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자, 선계, 인간계의 영웅들이 이것들을 새로 신계를 만들어 봉인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봉신방의 개략적인 줄거리이다.

배경은 은·주 왕조 교체기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며, 도교적인 색채가 매우 강하다.

 

여기에도 인간계 도사로서 강태공이 등장한다.

'사불성'이라는 신수를 타고 다닌 강태공은 은나라 마지막 폭군 주왕(紂王)의 애첩인 경국지색 달기(여기서는 구미호가 둔갑한 것으로 나온다)라는 불여우를 잡고, 상나라(은나라)를 멸망시키는데 큰 공을 세운다.

 

소설 속 역시 '주지육림 (酒池肉林)'과 '포락지형(炮烙之刑)'이라는 향락과 폭정에 빠진 은나라를 몰아내고 주나라가 들어서는데 강태공이 크게 일조한다는 내용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서유기의 손오공이 난동을 부리며 다닐 때, 이를 제압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나탁'도 봉신연의에서 선한 쪽의 편으로 본격 등장한다.

서유기에서 나탁과 손오공은 무수한 합을 겨루었지만 결국 승부를 내지 못한 바 있다.

 

아무튼 강태공은 실제 상고사에서는 주 문왕에게 발탁되어 주나라 개국에 공을 세운 대가로 제나라 국군(國君)으로 봉해지고, 소설 봉신연의에서는 신통력을 지니고 악을 물리치는 영웅 도사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강태공이 어째서 낚시꾼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된 것일까?

 

애니메이션-버전의-봉신연의의-한-장면-이미지
애니메이션 버전의 봉신연의

 

강태공과 낚시 이야기

 

역사(동양사)와 문학(문화사)에 관심이 없다면, 대부분 강태공의 이미지는 낚시하는 노인네이다.

 

강태공이 주 문왕에게 발탁된 것이 70세였으니 대기만성의 표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오랜 세월 동안 백수나 다름없는 인생이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유유자적 낚시를 하며 보냈을 것이다.

 

그의 아내가 이를 참지 못하고 가출했다가 그가 출세한 뒤 돌아왔을 때,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으면 받아주겠다고 한 일화가 이러한 과정을 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셈이다.

 

출사 전까지 낚시로 오랜 시간을 보냈던 강태공을 두고,,

 

  • "그는 물고기를 낚은 것이 아니라 세월을 낚은 것이다"
  • "겉으로 낚시를 하면서 속으로는 천하를 관망하며, 출사의 시기를 가늠하고 있었던 것이다"
  • "결국 그는 세상을 낚았다"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그가 낚시를 했던 모습도 가히 전설의 고향 레벨이다.

 

  • "그는 어깨에 낚싯대를 얹고 물을 등 뒤로 한 채 낚시를 했다"
  • "낚싯대와 바늘을 수면 위에 살짝 띄워서 낚시를 했다"
  • "곧은 바늘로 낚시를 했다" 등등의 강태공만의 파격적인 낚시 기법이 전해진다.

 

이는 강태공이 정말로 낚시에 심취한 것이 아니라, 천하를 관망하고, 세상으로 나아갈 때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묘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낚시의 신선과도 같은 존재로 이미지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강태공이 살던 곳에서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실제로 저런 방법으로 낚시를 해야만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당시 강태공이 머물던 지역은 거친 황하 유역으로 우리에게 낯익은 그런 고즈넉한 저수지 풍경은 아니었다.

 

대상어로 삼은 그곳의 물고기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잉어, 붕어가 아니라 수면 위로 뛰어올라 먹이를 잡는 습성이 있는 물고기였다는 것이다. (그 물고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찾아봤는 데도 아직 찾질 못함)

 

지금은 현지에 서식하지 않는 물고기지만, 이 물고기는 매우 공격성이 큰 잡식성 물고기로 초어와 비슷한 생김새와 크기를 지녔고,

수면 위로 뛰어올라 먹이를 잡는 습성이 있었기 때문에 미끼와 채비를 수면 위에서 띄워서 살살 약 올리면서 잡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물고기는 곧은 바늘로도 잡을 수 있다.

석기시대 낚시 바늘 유물이 곧은 돌조각인 이유는..

물고기 입에 일단 들어간 뒤에 당기면 바로 서기 때문에 빠지기 않고 걸려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굽은 바늘로 입천정을 뚫어 걸어내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입속에서 바로 서게 되면서 빠지지 않게 되는 바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낚시의 대상어는 우리에게 익숙한 붕어가 아니다.

붕어는 흡입하고 뱉는 동작을 반복하는 입질을 하는 물고기 이기 때문에 곧은 바늘로 낚시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한 곧은 바늘로 가능하다 해도 입걸림 후에 빼기도 나쁠 것이다.

 

녹음이-우거진-푸르고-아름다운-호수-이미지
아름다운 푸른 호수

 

마무리

 

오늘은 '낚시'하면 연상되는 강태공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강태공은 낚시를 상징하고, 낚시는 강태공에 비유된다. 

 

그리고 역사적 인물로서, 판타지 신마소설 속 주인공으로,,

또한 우리에게는 낚시계의 신선으로 회자되고 있는 강태공은..

 

  • 여전히 유유자족하고,
  •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연상하게 하는 禪道의 이미지와
  • 고고한 釣師( 보통의 釣士보다 품격 높은 낚시꾼)의 상징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태공망과 관련된 역사, 소설, 비유, 풍자, 상징을 모두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강태공이야말로 기다림의 끝판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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