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철새였던 민물가마우지가 텃새화되어 토종생태계를 교란하는 현상에 대해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가마우지는 우리나라의 모든 저수지란 저수지 마다 일정 개체들이 분포하여 아예 터주 노릇을 할 정도여서 토종 수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생태 교란종으로 악명을 떨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가마우지로 인한 환경적 문제점은 본문 하단에 링크된 이전 글을 참고하시기 바라며, 오늘은 오직 낚시꾼의 입장에서 직접 체감한 가마우지의 폐해에 대한 필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물고기 사냥꾼 가마우지 일가의 저수지 일상
이제 어느 저수지든(공원 저수지, 유료터, 자연 저수지, 대형 소형 연못 불문)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시커멓고 못생긴 거위 같은 녀석들이 눈에 띄는데 이 녀석들이 바로 굴러들어 온 돌덩이인 가마우지들입니다.
필자가 가끔 출조하는 작은 계곡지형 유료터에도 이 가마우지 일가가 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비, 어미, 새끼인 것 같은데..
물 위에서는 마치 오리배처럼 유유히 수면 위를 거닐듯 헤엄치는 듯하다가 순간적으로 머리를 물속으로 처박고 쑥 들어갑니다.
물속으로 들어간 녀석은 더이상 새가 아니라 잠수함이 됩니다. 들어간 자리 근처가 아니라 약 20 ~ 30m 벗어난 지점에서 쑥 올라오는데 이때의 모습은 검은 펠리컨이 되어 있습니다.
큰 물고기(주로 붕어)를 물고 있어 주둥이 아래 턱이 쑥 튀어나왔기 때문이죠.
날아오를 때는 마치 무림의 고수가 경공술로 수면 위를 발로 차며 비상하듯 "와다다다~~" 물을 차고 날아오릅니다.
그리고는 전봇대나 잔 가지가 없는 나무에 자리 잡고 앉아 햇살을 뾰롱뾰롱 받으며 몸을 말립니다. (높은 지대나 바위에서도 말림)
그러다가 다시 물 위로 돌아올 때는 주위를 몇 바퀴 돌다가 마치 비행기가 공항 활주로를 선회하고 착륙하듯 물 위로 착륙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물고기 사냥을 위해 이어지는 물질..
그렇게 또 사라져 가는 예쁜 우리의 토종붕어들 ㅜㅜ
가마우지가 변화시킨 붕어의 입질 패턴과 생태 습성
서두에서 언급한 (가마우지 녀석들이 터를 잡기 전부터 찾았던) 그 저수지는 낮에도 붕어들의 활성도가 좋았던 작은 계곡형 저수지 유료터였습니다.
물론 어디나 다 그러하듯 활성도나 시기에 따라 기복은 있었지만, 찌올림도 전형적인 붕어 입질 패턴을 보여주어 대체로 찌맛, 손맛이 아주 좋았던 곳이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붕어들의 입질이 아주 괴상망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입질이 아주 예민하고 까칠해진 데다가 찌를 올리지 않고 주로 빠는 입질, 그래서 마치 내림낚시찌 움직임처럼 살짝 들어가는 표현이 부쩍 늘었습니다.
물론 활성도 역시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외래 어종이 유입된 것도 아니고,
늘 터주 노릇을 하던 왜가리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물까치나 때까치들은 낚시꾼 떡밥이나 노렸던 녀석들이니까 붕어들이랑은 전혀 상관없고,
그렇다고 지형이 바뀌거나 수질이 오염된 것도 아니고..
'도대체 이유가 뭐지?'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달라진 것은 딱 하나!
가마우지 일가가 이 저수지에 자리를 튼 이후부터 붕어의 입질 패턴이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불안감이 극도에 달한 붕어들의 습성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죠.
그도 그럴만한 것이,,
가마우지 한 마리가 하루에 먹어치우는 물고기의 양은 1kg이 넘는다고 하니, 만약 세 마리면 하루에 3kg, 한 달이면 약 90 ~ 100kg에 달합니다. (이와 관련한 정확한 자료는 재확인이 필요할 듯하나, 아마도 이보다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정도면 얼마나 많은 붕어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인지 꾼들은 다 아실 겁니다.
이거 마냥 방치했다간 魚자원 씨가 마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한 수목 백화 현상 오염도 심각하고요.
물속에 사는 붕어들에게 이 녀석들은 수달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수중 천적인 셈입니다.
만약 수달까지 서식하는 곳이라면 붕어들은 낮에는 가마우지, 밤에는 수달,
게다가 외래 어종이 유입되기까지 한 곳이라면 알은 블루길에게, 치어는 배스에게,,
붕어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생태 환경이 되는 것이죠.
가마우지가 나타나기 전 저수지의 원래 터주 대감이던 왜가리들은 연안으로 겁 없이 다가온 물고기나 상태가 안 좋아 수면 근처에서 배회하던 물고기를 날아가면서 낚아채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가마우지 일가에 밀려 낚시꾼 근처에 와서 붕어 앵벌이나 하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가마우지들은 물속까지 직접 들어가 맘에 드는 물고기를 면접한 뒤 덥석 물고 올라오기 때문에 왜가리는 경쟁 상대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붕어의 입장에서 본다면 얘네들은 새가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토종붕어들은 배스, 블루길 이외에도 이제는,,
갑자기 굴러들어와 눌러앉은 채 텃세를 부리게 된 가마우지들의 공습까지 견디며 생존해 나가야 하는 가련한 운명에 처했습니다.
매 시각이 비상사태인 셈인지라 원래 활성도가 좋아야 할 시기에도 붕어들은 이제 극도로 예민한 상태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죠.
그나마 면적이 큰 호수는 그런대로 버틸 만 하지만, 규모가 작은 저수지의 붕어들은 생태 행동 자체가 변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가마우지 녀석들 때문에 이제는 붕어의 습성과 입질 패턴까지 변화하고 있습니다.
붕어낚시꾼에게는 이것은 정말 상당히 거슬리고 답답한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의 토종생태 환경이 또다른 요인이 추가되어 무너지는 것도 가슴 아프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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