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올해는 추석이 이른 탓에 가을 기운이 완연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사람마다 가을에 대한 느낌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붕어낚시를 하는 꾼들에게 가을이라는 짧은 절기는 가장 낭만적인 감성의 출조를 즐길 수 있는 여유의 계절이기도 하다.
자신의 낚시 장르가 대물낚시이든, 크기에 상관없이 마릿수 조과를 즐기는 쪽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혹자는 낚시는 '외롭고 고독한 레포츠'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물론 여럿이 함께 출조하여 낚시 그 자체보다 야외에서 함께 시간의 여유를 만끽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숙과 끈질긴 기다림의 인내를 요구하는 진정한 붕어낚시라면 일견 고독한 승부와도 같다.
무더운 폭염과 서슬 퍼런 한겨울이 아닌 가을에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을 것이기에 가을은 꾼들에게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출조가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수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정도의 기온이라면 가을은 붕어들에게도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며, 번식과 월동 직전 취이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물꾼은 대물꾼대로, 마릿수를 즐기거나 여건상 유료터를 자주 찾는 꾼들에게 가을은 크기와 조과에 상관없이 짧고도 강렬한 출조의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절기이다.
그저 물가에 대를 드리우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천렵과 계절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는 느낌을 체감하게 되는 절기의 기운 때문일까?
가을 출조 때는 문득 '어쩌면 낚시는 정말 고독한 취미인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한다.
잔잔한 수면 위에 드리워져 있는 예쁜 찌톱을 바라보자면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계절의 변화 속에 어느덧 빠르게 지나치는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되는 사색의 공간에 몰입되는 듯하다.
붕어낚시는 찾아다니는 루어낚시처럼 역동적인 낚시가 아닌 기다리는 정적인 낚시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시간은 그동안 조급함 때문에 그르쳤던 소심했던 자신을 일깨우기도 하고, 이내 돌아갈 곳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 또한 계절이 선사하는 애틋한 분위기와 붕어낚시 특유의 여유로움이 가져다주는 나만의 자유가 아닐까?
낚시 자체의 이야기로 돌아와 가을철 붕어낚시를 이야기 하자면,,
이 시기의 낚시가 결코 조과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폭염과 혹한도 없이 편안한 날씨를 선사하는 계절이긴 하지만, 일교차가 심하고 대물 수초낚시를 즐겨하는 대물꾼들에게는 오히려 쉽지 않은 출조가 되기도 한다.
곧 사라질(혹은 얼마 남지 않은) 가을 붕어들의 은신처인 수초대를 공략하고자 할 때에도 수온의 변화가 심하다면 낮은 수심대를 피해 물색이 탁한 깊은 수심대를 포인트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붕어의 활동량이 저하되는 낮은 활성도의 가을철 밤낚시에는 생미끼의 종류도 고려해야 한다.
늦가을부터 부드러운 지렁이를 주로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뜻밖에 조과가 저조하거나 의외로 대물을 만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가을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선사하는 분위기는 진정한 꾼으로 하여금 '낚시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절이기도 하다.
낚시는 원시시대부터 남성들의 유전자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전해져 오는 잠재적 수렵(혹은 천렵) 본능을 일깨워주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복잡하고 바쁜 현대사회에서 이제 '낚시는 고독하고 외로운 레포츠'로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이 말은 '숨 가쁜 일상에 대한 일탈의 선물'이란 의미에서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많은 인구가 낚시를 취미로 하고 있지만, 그러나 붕어와의 승부와 만남은 정작 나 혼자만이 경험하는 것일 뿐..
돌아갈 곳이 있기에 작은 일탈이 여유와 사색이 되는 시간..
그것이 바로 낚시이며 강한 중독성을 지녔으나 현실적 일상생활은 아닌, 그래서 더욱 삶의 균형감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역시 낚시이다.
그리고 문득 이러한 생각을 스쳐가듯 떠올리게 하는 계절의 낚시가 바로 가을 붕어낚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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