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마니아 라운지/리뷰·에세이

붕어낚시의 추억

초록누리 2017. 4. 22.

머뭇거리며 미루어 왔던 낚시블로그를 마침내 개설했습니다.

 

'첫 번째 포스트의 주제는 무엇으로 할까?' 망설이다가 처음으로 낚시를 하게 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낚시가 제 취미의 일부가 되고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게 된 사연을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걸려온-작은-붕어
귀여운 붕애

 

어린 시절 저는 산촌 시골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산과 들에 논과 밭, 그리고 과수원과 목장이 있었으며,

마을 어귀를 굽이쳐 흐르는 샛강과 지금은 폐쇄된 지 아주 오래된 조그만 간이역이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집집마다 돼지 구정물과 퇴비를 모아두는 곳 주변에 외양간의 황소와 마당의 수탉 울음소리가 들리는 동네였고,

산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참 많았고,

읍내로 통하는 신작로에는 플라타너스 가로수 사이에 미루나무가 군데군데 파란 하늘 구름 사이로 솟아오를 듯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의 산과 들에는 농사를 짓기 위한 커다란 방죽과 저수지, 그리고 자연적으로 생겨난 작은 연못과 도랑이 많은 산동네였습니다.

 

저수지-연안의-수몰나무-포인트-전경
낚시터 수몰나무 포인트

 

이런 동네에 사는 남자아이들의 일상은,,

여름에는 천렵, 겨울에는 새 덫을 가지고 새 잡치기를 하거나 토끼몰이를 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사실 이런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연못가에 죽치고 앉아 붕어를 낚아내는 것은 매우 생소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 형, 아우, 친구들은 뭔가 색다른 것을 하기 위해 궁리를 하다가 언젠가 서울에서 놀러 온 누군가의 친척이 낚시를 하던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해 보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시도에 고무된 우리들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읍내 낚시점에서 낚싯줄과 찌, 그리고 바늘이 함께 들어있는 낚시세트를 구입했습니다.

기억으로는 당시 70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이 제품에는 마분지에 약간의 낚싯줄이 감겨있었고,

봉돌이 달린 낚싯바늘과 (찌몸통과 날라리도 없이 마치 빨대처럼 생긴 찌톱이 하나로 쭉 이어진) 찌 하나가 들어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거저 줘도 안 가져갈 것 같은 조잡하고 빈약한 장비였죠.

 

하지만 그때는 이거 하나 사는데도 상당한 시일을 벼르고 별렀고, 마침내 이 장비(?)를 구입했을 때는 정말 득템 한 기분이었습니다.

 

물가의-아름다운-수양버들
물가의 버드나무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낚싯대는..?

 

낚싯대는 의외로 고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마을 어귀나 야산에 낚싯대로 쓸만한 오죽(烏竹 : 검은 대나무)이나 물가의 질긴 버드나무가 널려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끼는 보리밥알과 지천에 널린 산지렁이들이었죠.

 

붕어가 잡히지 않을 것이란 고민 자체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넣으면 나왔으니까요.

작은 소물 붕애들이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마냥 즐거웠습니다.

허접한 장비로 무장했지만, 어쨌든 야생 토종붕어들 아니겠습니까?

 

보리밥에도 산지렁이에도 멍텅구리 찌를 쭉쭉 올려주었고,

버드나무와 대나무를 통해서 전달되던 그 짜릿하고도 강렬한 손맛의 기억이란.....

 

지금도 정말 잊지 못할 어린 시절 붕어낚시의 가슴 떨리는 추억입니다.

 

오죽-숲-전경
오죽 숲

 

고등학생이 된 이후부터 사회초년병 시절까지는 여러 가지 신상의 변화와 학업 때문에 잠시 낚시를 잊고 지냈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예전의 추억을 되살려 다시 낚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폼나게 장비도 구입하고 의욕에 넘쳐 낚시에 취미를 막 들이기 시작한 동료와 함께 노지와 양어장으로 초보자들의 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만,,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좋은 곳에 낚싯대만 드리우면 붕어들이 알아서 찌맛, 손맛 다 보여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예전의 그런 붕어들이 아니더군요.. ㅜㅜ;

장비와 채비는 또 왜 이렇게 복잡해졌는지.. ㅠㅠ

 

그렇게 다시 시작된 붕어낚시의 조행기가 하나, 둘 쌓이면서 어느덧 낚시블로그까지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출조와 함께 낚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올리면서 많은 조사 분들과,

그리고 자연과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알차게 블로그를 운영하는 낚시블로거가 되고자 합니다.

 

낚여올라온-떡붕어
떡붕어

 

이 블로그에 대한 테마, 콘셉트, 운영원칙 등과 관련한 자세한 소개는 어느 정도 시일이 경과한 후에 개별적인 포스트나 공지사항으로 등업 할 예정입니다.

 

모쪼록 낚시를 좋아하시거나 조경에 대해 관심과 경력이 있으신 분,

그리고 환경에 대한 남다른 의식이 있으신 분들의 많은 관심과 소통, 그리고 공감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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